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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시작됐는데…미‧중 반도체 전쟁에 속 타는 삼성·하이닉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셔터스톡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셔터스톡

미국·중국 간 ‘반도체 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해득실 따지기가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은 일본·네덜란드 등 주요 반도체 장비 생산 국가들과 연합해 중국에 대한 규제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중국도 이에 맞서 투자를 확대하는 등 ‘반도체 굴기’ 실현에 속도를 붙였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 원칙적으로 동참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세계 반도체 장비 5대 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램리서치·KLM, 일본 도쿄 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이 참여하는 ‘반도체 삼국동맹’이 형성됐다.

이로써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구매할 거의 모든 루트가 차단된 셈이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의 제재가 ‘공평한 경쟁의 원칙을 위배하고 무역 규칙을 위반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해결 절차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의 봉쇄 수위가 높아갈수록 중국은 ‘몸집 키우기’로 맞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5년간 1조 위안(약 187조원) 이상을 투입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역대 최대 규모 재정적 지원 패키지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과 연구 활동을 북돋우기 위한 보조금, 세액 공제가 중심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지원이 시작된다. 이미 SMIC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푸젠진화 등 중국 기업들은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MIC, 화훙그룹, 넥스칩 등 중국 기업들은 올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9.6%를 기록해 삼성전자(15.5%)에 5.9%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도체 한파를 맞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이런 국제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매출은 76조8264억원, 영업이익은 8조25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 늘고, 40.4%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매출 8조9931억원, 영업손실 309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고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3분기 재고자산은 삼성전자 25조6810억원, SK하이닉스 8조98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각각 90.23%, 71.75% 급등했다.

두 회사는 시안(삼성전자)과 우시·다롄(SK하이닉스) 등에 공장을 두고 있어 미국의 대중 제재와 직접 맞물려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반도체공장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한 상태다. 내년 말까지는 해당 업체들의 반도체 장비를 건별 허가 없이 들여올 수 있지만 이후에도 이 조치가 연장될지는 불확실하다.

이창한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업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기업의 생산기지이자 국내 반도체의 가장 큰 수요처인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양쪽 입장을 조율하면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미국과 중국처럼, 결국 한국도 국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외부적 요인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한국 땅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투자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K칩스법(반도체지원특별법)’이 통과돼 기업들에 실질적 지원을 제공해 공장을 국내에 지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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