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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 금리 이틀 연속 하락, 장기물 거래 숨통…온기 도는 회사채 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K텔레콤 본사 전경. [뉴스1]

SK텔레콤 본사 전경. [뉴스1]

SK텔레콤은 지난 6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는데 모집액의 8배에 가까운 2조원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특히 그동안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시도조차 드물었던 10년물(2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에 155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10년물의 결정 금리는 SK텔레콤의 희망밴드 하단(민평금리-0.30%포인트)을 뚫고 내려간 -0.38%에 결정됐다. 증권업계에선 “장기물인데다 경쟁률이 높았다는 점에서 회사채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우량채를 중심으로 만기가 긴 채권(장기물)에 대한 거래가 살아나고 기업어음(CP)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회사채 시장의 온기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12월 장기물 거래량 2235억원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5년 초과 10년 이하의 장기물에 대한 거래량은 2235억원으로 집계됐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10월(503억원)은 물론, 정부의 대책 발표에도 경색 국면을 이어갔던 11월(2306억원) 한 달 동안의 거래량에 맞먹는 규모다.

장기물에 대한 거래가 활발해졌다는 건 그만큼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다. 통상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 장기물 거래량이 줄어든다. 투자자 입장에선 만기가 길수록 투자 리스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채권 발행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순발행액은 -4조8379억원, 11월 -8087억원으로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았지만 12월 들어 순발행(1316억원)으로 돌아섰다.

CP금리, 이틀 연속 하락한 5.52% 

그동안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에도 ‘살얼음판’이었던 기업어음(CP) 시장도 확연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CP 91일물 금리는 5.52%로 이틀 연속 전일 대비 하락했다. 연초 연 1.55%로 시작한 CP 금리는 줄곧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 2일부터 상승세가 멈췄다. 이어 9일까지 5.54%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다 12일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전문위원은 “단기 자금인 CP는 국내 자금조달 시장의 경색을 가져온 진원지였던 만큼 CP 금리 하락은 의미가 크다”며 “제2금융권이 파국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안도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 스프레드 역시 고공행진을 멈췄다. 지난 1일 신용 스프레드(회사채 3년물 금리 -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772%포인트를 기록하며 2009년 4월 27일(1.77%)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2일 1.77%로 하락 전환하면서 10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개선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기대감에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한국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등 대외 환경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레고랜드 전경. [연합뉴스]

레고랜드 전경. [연합뉴스]

정부의 정책 효과도 회사채 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시중은행을 동원한 유동성 공급뿐 아니라 회사채·국채 수급 조절에 나서는 한편, 문제가 될만한 금융규제를 거의 다 풀어주고 있다”며 “부동산 금융발 리스크 확산 공포를 잊게 하고 회사채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멈춰야 비우량채까지 온기" 

다만 여전히 우량물 중심으로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고 있어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금리 인상보다 유지 또는 완화에 무게가 실리기 전까진 시장의 자금이 우량채 중심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며 “궁극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수출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을 확인해야 비우량채까지 온기가 옮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의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는 많이 진정됐지만 신용스프레드가 여전히 1.7%를 넘는 등 신용 위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며 “기업간 자금조달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내년부터 기업의 신용 위험(부도 위험)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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