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대처/만만찮은 대권도전에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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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수당 당수 경선에 헤슬타인 출마/“어렵긴 하지만 한번 해볼만” 기염
오는 20일로 예정된 영국 보수당 당수경선을 앞두고 당내 제2세력을 대표하는 마이클 헤슬타인 전국방장관(57)이 현 당수인 대처 총리(65)의 지도력에 반발,후보 출마를 공식선언함으로써 이번 보수당 선거는 영국 최고 집권자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영국식 내각책임제하에서 집권당 당수는 자동적으로 총리에 취임,내각을 대표하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도전자인 헤슬타인이 승리하게 될 경우 그는 차기 총리로 영국 정부를 이끌게 된다.
영국 언론에 의해 「매기(대처 총리의 애칭) 대 타잔(헤슬타인의 별명)의 대결」로 불리고 있는 이번 당수 경선에서 과연 타잔은 매기를 꺾어 「철의 여인」 대처의 11년 신화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까지 대처 총리의 공식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마디로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게 대처 총리를 지지하는 측근들의 얘기인 반면 『어렵긴 하지만 해볼만한 싸움』이라고 헤슬타인 진영은 만만찮은 의욕을 보이고 있다.
당수 선거에는 현역 보수당원들이 참가하도록 돼 있는데 이들 사이에 대처의 지도력에 대한 강한 불만이 높아가고 있고,오는 92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등이 헤슬타인이 출마를 결심하게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보궐선거에서 보수당 후보들이 모두 참패함으로써 『대처가 총리로 있는한 나까지 다음 선거에서 지역구에서 밀려나는게 아니냐』는 현실적 우려가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내의 이같은 불안감을 반영,이미 1백명 이상의 의원들이 지지를 약속했다고 헤슬타인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는 대처가 물러날 때가 됐다고 보는 의원들이라고 해서 그들이 과연 헤슬타인에게 투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성격이 충동적이고 처신이 다소 경박스럽다는 말을 듣고 있는 헤슬타인은 대처와 마찬가지로 당내에 친구도 많지만 적도 많다.
옥스퍼드대학 출신에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인 헤슬타인은 지난 68년 의회에 처음 진출한 이래 곧 두각을 보여 히스와 대처 내각하에서 여러 각료직을 역임했다. 대처와의 관계에 금이 간 것은 국방장관으로 있던 지난 86년초 도산위기에 처한 한 영국회사(웨스트랜드 헬기제작사)의 처리문제를 놓고 미국 업체에 인수시키려는 대처의 계획에 반발,장관직을 사임하면서부터.
오는 20일 선거에서 당수에 당선되려면 보수당의원 3백72명의 57%인 최소한 2백14명의 지지를 획득해야 한다.
차점자와 적어도 15%의 격차를 벌이며 절대 지지를 획득하는 것을 당선요건으로 당규는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권자가 한명도 없다고 가정했을 경우일 뿐 실제로는 기권표에 따라 선거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이 이번 선거에서는 대처를 더이상 지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헤슬타인에게도 표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의 상당수가 기권할 것으로 보여 기권표의 향방이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은 대처 총리가 1차투표에서 승리,당내 지도력과 결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도전장을 낸 헤슬타인측에서도 자신들의 목표는 사실 1차투표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대처의 1차투표 당선을 저지하는데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만일 대처가 1차투표에서 당수 피선에 실패하게 될 경우 그녀의 정치력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당 중진들로부터의 후보 사퇴 압력도 높아질 것으로 보여 이 경우 더글러스 허드 외무장관 같은 중도적 인물이 후보로 옹립돼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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