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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성수대교 사고 막으려 만든 시설물유지관리업종 없앤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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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황현 협회장. 김상선 기자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황현 협회장. 김상선 기자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한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폐지 위기에 처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20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하면서부터다.

개정된 시행령은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 대업종으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8년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추진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목적으로 건설업종 간 분쟁과 칸막이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종만 폐지 대상이 됐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서울시회 사무실에서 만난 황현 협회장은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계기로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도입된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 기술력을 통해 시설물 안전관리에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며 “그런데 정부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이 업종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설물 안전 관리를 1994년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상식에 맞지 않고, 수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국토부는 이 업종만 폐지하면서 타업종과 분쟁이 잦다는 이유를 들었다. 황 회장은 “우리 업종이 폐지될 경우 이익을 보는 업종이 있는데, 이런 힘의 논리가 작용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시설물관리업종 면허를 등록한 사업자는 현재 7300여개가량으로 협회는 추산한다. 25년 전 업종이 처음 신설될 당시 100여개 업체로 시작했다. 업종의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6조원이 넘고, 매년 평균 20%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업종 폐지에 대해 관련 업계의 반발은 물론, 국회와 국민권익위 등에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실제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국토부에 시설물유지관리업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2020년과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의원이 ‘시설물 안전에 대한 우려와 업종폐지 정책의 부당성’을 여러 차례 지적하며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바뀌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황 회장은 “2000년 이후 대형 건축물과 첨단 건축물, 장대·특수교량과 터널 등이 계속 증가해 안전관리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국토부는 폐지 정책을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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