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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사라질 판…전공의 지원율 10%대 충격의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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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자료사진.

의료진 자료사진.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사상 처음으로 10%대로 떨어졌다. 소아청소년과 인력 위기와 맞물려 진료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선 그 반향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빅5' 중 서울아산병원만 정원 채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학회)에 따르면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레지던트)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전국 정원 199명 중 33명이 지원했다. 지원율 16.6%로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 5곳 중에서는 서울아산병원만 소아청소년과 모집 정원 8명 중 10명이 지원해 유일하게 정원을 채웠다. 세브란스 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1명에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고,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3명 모집에 1명이 지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6명 모집에 3명, 서울대병원은 14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로 처음 미달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급감한 데 이어 올해는 20%도 넘지 못했다.

나영호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2021년에 지원율이 40%가 안 된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면서 “올해는 떨어져도 20% 초반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10%대는 너무 큰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내과 지원도 정원을 넘어섰고, 외과·흉부외과도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필수 의료 중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학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소아청소년과 근무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 병원은 서울 12.5%, 지방 20%를 기록했다. 나 교수는 “올해 전국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 부족한 전공의를 대신해 교수와 전문의가 당직을 서는 병원이 75%에 달했다”면서 “2년 넘게 이런 식으로 버텨온지라 번아웃 상태가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임상 교수들이 대거 사직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소아청소년과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 만큼 당분간은 3~4년 차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인력 수급이 되겠지만, 2026년 이후부터는 1년에 30~40명 채 안 나오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회 “수가 정상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지난 8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내놨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소아암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5곳을 신규 지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2025년까지 ‘사후 보상 시범사업’을 실시해 중증 소아환자 치료를 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적자를 일괄적으로 메꿔주는 방안도 마련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기조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에서 기조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학회는 다음날인 9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필수의료 종합대책에서는 소아청소년과의 현안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전혀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진료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저수가 개선, 인건비 직접 지원과 같은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먼저 2·3차 병원의 적자, 전문 인력 감소, 병상 축소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본 입원 진료수가를 100%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2·3차 병원이 중증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등도에 따른 가산율 인상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경증 질환은 의원급에서 진료가 이뤄지도록 해 의료 자원의 효율화를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흉부외과, 외과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공의 임금지원 등 수련지원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나 교수는 “일선 병원들의 예산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응급실 전담전문의 등에 대한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함으로서 전공의가 수련 받을 때 생기는 당직 부담이나 노동 강도를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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