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휘발유 1년반만에 1500원대…정부, 유류세 인하 축소 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 유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8일 대구 동구의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가격이 1479원으로 표시돼 있다. 뉴스1

국제 유가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8일 대구 동구의 한 주유소 가격표에 휘발유 가격이 1479원으로 표시돼 있다. 뉴스1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가격이 1년 반 만에 L당 평균 1500원대로 내려갔다.

1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584.79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일 1593.8원으로 1600원대가 깨진 뒤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일 휘발유 평균 판매가가 L당 16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작년 6월 28일(1598.52원)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국내 휘발유값은 지난 6월 30일엔 L당 2144.9원까지 치솟으면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이는 국제유가가 빠르게 내리면서 국내 판매가에도 하락분이 반영된 영향이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적 에너지 위기에 급등한 유가는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거의 작년 수준으로 복귀했다.

11월 셋째 주까지 6주 연속 상승한 국내 경유 판매 가격도 11월 넷째 주에 하락 전환해 3주 연속 내림세다. 다만 11일 오전 기준 경유 가격은 L당 1815.91원으로 아직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갑자기 늘어난 국제 경유 수요, 유류세 인하 혜택이 제한적인 세금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는 최근 유가 상승세가 잠잠해지면서 내년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유류세를 20% 인하했고, 5∼6월 30%로 인하 폭을 확대한 데 이어 7월부터 연말까지는 37% 인하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내년엔 인하 폭을 줄여나가면서 적어도 내후년부터는 세율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인하 폭은 현재 37%에서 직전 인하 폭인 30%나 20%로 우선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료 수요가 큰 겨울에는 유류세 인하 폭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되, 이후 유가 동향을 주시하며 인하 폭을 점차 줄여나가는 식이다.

여기에는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10월 교통·에너지·환경 세수(9조4000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1% 줄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유류세 인하 조치가 그만큼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제 유가 상황 등을 지켜본 뒤 연말께 내놓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유류세 관련 정책을 같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라며 "그러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