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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감시의 눈’ 크게 뜨고, 제도언론 윤리의식 획기적으로 높여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17호 22면

콩글리시 인문학

“여기가 엠버시(embassy) 맞습니까?” 정문 경비원들이 미국사람을 앞에 두고 난감해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정동MBC 시절의 이야기다. 미국인들이 택시를 타고 미국 대사관(American Embassy)에 가자고 하면 택시기사는 “아 엠비시(MBC)방송국에 데려다 달라 하는구나” 생각하고 정동MBC 앞에 내려놓고 가 버렸다. MBC는 문화방송의 영어 약칭이고 호출부호는 HLKV다. 흔히 호출부호를 call sign이라고 하는데 이는 콩글리시다. call letters라고 해야 한다.

“세계로 향하여 펼친 네트웍/오늘의 산 역사를 바로잡아서/빠르고도 알찬 방송 정확한 보도/사회에 불을 켜는 우리 문화방송.” 이건 MBC 사가(社歌) 1절이다.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은 방송의 생명이다. 지금 MBC는 과연 그런가?

MBC 위상의 재정립은 엠비시 생성의 역사적 과정을 살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엠비시 텔레비전은 교육TV로 허가를 받아 개국 초 교육국을 두고 ‘명교수, 명강의’ 같은 프로를 대폭 편성했다.

그러나 곧바로 종합방송으로 허가를 변경해 ‘반교육적’인 상업방송으로 재출발했다. 상업적인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은 ‘반문화적’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산 군수기지사령관일 때 부산MBC 라디오의 비판적 보도를 접하고 5·16혁명을 모의하게 됐다는 설이 있다. 방송의 중요성을 깨달은 박 대통령은 집권한 뒤 부산MBC를 헌납받게 된다. 여기서 ‘장물(贜物)’ 시비가 비롯됐다.

한때 정동MBC 건물에는 관광호텔이 함께 있었다. 관광입국을 내세운 정부는 호텔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의 수입을 면세로 해 주었다. MBC는 관광호텔을 짓는다고 위장하여 시설 일부를 호텔자재인 양 면세 수입했다. 공개홀은 컨벤션홀로 둔갑하여 준공검사를 받는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MBC를 노영방송이라고 비판한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MBC는 주인 없는 방송이 됐다.   나는 KBS는 ‘공영을 표방하는 상업적 관영방송’이고 MBC는 ‘공영을 표방하는 관영적 상업방송’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재임까지 MBC는 정권의 버팀목이었다.

MBC는 방문진(70%)과 정수장학회(30%) 두 대주주로 구성돼 있다. 누가 어떻게 MBC를 민영화할 수 있는가? 관련법을 개정해서 방문진이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개주제가 바람직하다.

누가 인수할지도 의문이다. MBC의 자본금은 10억원이다. 자산재평가를 한 번도 한 일이 없다. 세금 때문이다. 자본금 10억원인 MBC의 자산가치는 인사동 구멍가게에서 정동과 여의도를 거쳐 상암동으로 옮기면서 실제 3조원이 될지 5조원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월터 크롱카이트는 언론인이 지켜야 할 3가지 덕목을 제시했다. 첫째 정확성, 둘째 정확성, 셋째도 정확성이다. 지난주 MBC는 개국 61주년을 맞았다. MBC 구성원들은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잊지 말라. 물을 마시는 자는 그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언론 윤리의식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민은 감시의 눈(public eye)을 크게 뜰 때 제도언론 MBC는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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