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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김용균 사망' 원·하청 전 사장에 2심도 징역형 구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오전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안전사회와 기후정의를 위한 김용균 4주기 청년학생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전쟁기념관 앞에서 안전사회와 기후정의를 위한 김용균 4주기 청년학생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당시 24세)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2심 재판에서 원·하청 업체 당시 사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형이 구형됐다.

검찰은 8일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최형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징역 2년,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을 각각 구형했다.

나머지 서부발전 관계자 7명에게 금고 6월∼징역 2년,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에게 벌금 700만원∼징역 2년, 원·하청 법인 2곳에 대해서는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해 달라고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최종 의견을 통해 "산재 법칙 중 1명의 중상자가 발생하면 동일한 원인으로 29명이 부상하고, 잠재적 부상 위험자는 300명에 이른다는 '1:29:300의 법칙'이 있다"며 "태안화력에서는 사건·사고가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숱한 조짐이 있었고, 그에 대한 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부발전 대표는 1심에서부터 '작업 환경은 안전했고 설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이전에 태안화력을 방문해 개방형 컨베이어벨트에 대해 현장점검을 한 적이 있었던 만큼 방호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또 "위험의 외주화는 생명의 가치를 축소하고 타인의 사망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든다"며 "서부발전은 비상 상황시 풀 코드 스위치로 컨베이어벨트 작동을 멈출 수 있도록 2인 1조 체제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김 전 사장이 위험성을 몰랐다고 주장하니 암담한 심정"이라면서 "법이 허용하는 한 가장 강하게 처벌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김병숙 전 사장 측 변호인은 최종 변론에서 "피해자는 한국발전기술 근로자로서, 서부발전과는 실질적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데도 검찰이 이례적으로 기소했다"며 "피해자가 사망 당시 낙탄 제거 작업을 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점검구 덮개도 설치를 권유한 것일 뿐 점검구가 개방돼 있다고 해서 방호장치 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백남호 전 사장 측 변호인도 "개방형 컨베이어벨트 점검구는 애초 혼자서 근무하도록 설계됐으며, 2인 1조 근무는 의무가 아니었다"며 "사고 이후 2인 1조 체제로 바꾸면서 풀 코드 스위치를 외부에 설치한 것이라, 스위치가 있어서 2인 1조 근무가 필요했다는 원심 해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129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고 김용균 4주기 추모위원회(추모위)는 공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4주기가 된 지금까지 죽음의 책임자는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며 시민 9470명이 참여한 엄벌 촉구 탄원서를 제출했다.
추모위는 탄원서를 통해 "김용균의 죽음이 도화선이 돼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매년 2천400여명의 노동자가 죽어 나가는 노동 현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며 "사업장의 90%가 법을 어기고, 법 위반으로 노동자가 숨져도 '꼬리 자르기'에 그치고, 벌금형을 선고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로 태안화력에서 일하던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1일 오전 3시 20분경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참혹하게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14명이 기소돼 1심에서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 등은 징역·금고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김병숙 전 서부발전 대표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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