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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또 훈련 … 학처럼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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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연아 선수가 19일(한국시간)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 세계 정상급의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파리 AP=연합뉴스]

한 마리 학이 춤추는 것 같았다. 앳된 얼굴이었지만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흘렀고, 손동작은 우아했다. 연기를 마치자 프랑스 파리의 베르시 빙상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우레와 같은 박수로 새 '피겨 여왕'의 탄생을 축하했다. 피겨 스케이팅 불모지인 한국에서 태어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까지 오른 김연아(16.군포 수리고)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김연아는 3월 세계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 한국 빙상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성인 무대 제패를 예고했다. 그러나 불과 8개월 만에 성인 세계대회까지 석권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데이비드 윌슨

쇼트 프로그램(규정 종목)에서는 빼어난 실력을 발휘했지만 예술성과 연기력을 다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항상 점수를 까먹었다. 성인 무대 도전을 선언한 김연아는 올 5월 캐나다로 건너갔다. 그리고 3개월간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지도를 받았다. 익숙지 않은 동작에 애를 먹었지만 뻣뻣하던 몸은 차츰 부드러워졌고, 어느새 '아름다운' 연기자로 거듭났다. 이번 그랑프리 4차 대회에서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에서 모두 라이벌인 안도 미키(일본)와 키미 마이스너(미국)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피겨 맘' 박미희

자식의 성공에는 항상 '어머니'가 있다. 박미희(47)씨는 연아가 일곱 살 때 동네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다. 연아는 금방 두각을 나타냈다. 박씨는 연아를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인 선수의 길로 안내하면서 평범한 주부에서 '피겨 맘'으로 변신한다. 오전 8시부터 훈련이 끝나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모녀는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렇게 호흡을 맞춘 지 8년. "이젠 연아의 표정만 봐도 컨디션을 알 수 있다"는 박씨의 유일한 휴식은 딸이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다.

▶피겨 선수로 최적의 조건

1m61㎝에 43㎏.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하체가 길다. 동양인의 약점을 찾아볼 수 없다. 긴 다리는 큰 동작으로 이어져 눈길을 끈다. 몸매의 선이 곱다. 타고난 피겨 선수라는 평을 받는다. 작고 예쁘장한 얼굴. 피겨 선수로서 최적의 조건이다. 연약해 보이지만 점프력이 좋다. 체공 시간이 길면 공중 3회전 등 고난도 기술을 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훈련이 재미있다?

오전 8시, 군포 아파트에서 아침 러닝과 스트레칭-태릉 링크에서 3시간 동안 낮 훈련-오후 체력 훈련-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과천 실내링크에서 훈련.

한마디로 '혹사'다. 그런데 불평이 없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데 '악바리'다. 반복, 또 반복이다. 세계 정상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밴쿠버 올림픽

김연아의 목표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이다. 지금 연아의 세계 랭킹은 9위. 4년 후면 스무 살이 되고 명실공히 세계 랭킹 1위와 올림픽 금메달은 얼마든지 손에 잡을 수 있는 꿈이다. 그때까지 해야 할 일은 체력을 키우는 것과 표정 연기를 늘리는 것이다. 고난도의 기술을 연속으로 하면서도 4분간 지치지 않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하나 아직 부족한 것이 표정이다. 평소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연기를 할 때 표정이 자연스러우면서도 풍부해야 한다. 연아의 숙제다.

신동재 기자

*** 김연아 프로필

▶생년월일 : 1990년 9월 5일

▶가족 : 아버지 김현석(49), 어머니 박미희(47)씨의 2녀 중 둘째

▶체격 : 키 1m61㎝, 몸무게 43㎏

▶학교 : 군포 신흥초-도장중-수리고(1학년)

▶취미 : 컴퓨터, 강아지 '토토' 기르기

▶수상경력 :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준우승(2004.2005),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 준우승(2005), 우승(2006년 3월), 시니어 그랑프리 2차 대회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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