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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월드컵 9호골…우상 마라도나 넘어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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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9호 골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우상 디에고 마라도나의 기록을 깨뜨렸다. 4일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메시. [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9호 골을 터뜨리면서 자신의 우상 디에고 마라도나의 기록을 깨뜨렸다. 4일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는 메시. [AP=연합뉴스]

“얘들아, 이제 우리가 열광할 시간이야. 세 번째 (월드컵) 우승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어보자. 디에고(마라도나)도 하늘에서 돈 디에고(부친), 라 토타(모친)와 함께 리오넬(메시)을 응원하고 있잖아.”

4만5000명을 수용하는 관중석을 대부분 차지한 아르헨티나 팬들은 경기 내내 “메시”를 연호했다. 수만 명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 응원가엔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아르헨티나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의 이름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옆자리에 앉은 장년의 아르헨티나 팬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아르헨티나 축구 이야기”라며 가사 내용을 요약해줬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긴 마라도나처럼, 메시가 카타르에서 우승과 함께 황제 대관식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염원을 담은 노래였다.

팬들의 성원에 힘입은 듯 메시도 ‘축구의 신’다운 플레이로 화답했다. 그림 같은 골로 아르헨티나를 카타르월드컵 8강에 올려놓았다. 개인 통산 1000번째 출전 경기를 자축하는 골이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아르헨티나는 4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16강전에서 전반 메시의 선제골과 후반 훌리안 알바레스(22·맨체스터 시티)의 추가골을 묶어 호주에 2-1로 이겼다. 호주는 후반 32분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엔소 페르난데스(21·벤피카)의 자책골 이후 공세를 펼쳤지만, 동점은 만들지는 못했다. 8강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앞서 미국을 3-1로 제압한 네덜란드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아르헨티나가 가동한 4-3-3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자리 잡은 메시는 전반 35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경기 흐름을 리드했다. 호주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 키커로 나섰다가 이어진 후속 상황에서 직접 슈팅해 득점했다. 니콜라스 오타멘디(34·벤피카)의 패스를 받아 메시가 왼발로 살짝 감아 찬 볼은 촘촘히 늘어선 호주 수비수 세 명의 다리와 골키퍼 손끝 사이의 좁은 틈새를 파고들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3호 골. 통산 5번째 본선에 도전 중인 메시가 결선 토너먼트에서 기록한 첫 번째 득점이었다.

메시는 전·후반 90분 동안 대부분 느릿느릿 걸어 다녔다. 전력 질주 상황은 한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수비 가담 횟수도 적었고, 공중볼 다툼은 외면했다. 몸을 쓰는 ‘궂은 일’은 미드필더 로드리고 데폴(28·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도맡았다.

메시의 움직임은 사냥에 나선 사자 같았다. 상대 페널티박스 언저리에서 어슬렁대며 기회를 엿보다 먹잇감이 포착되자 순식간에 발톱과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골 냄새를 맡은 메시가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하면 팬들은 본능처럼 반응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벌떡 일어나 뜨거운 함성으로 힘을 실어줬다.

호주전은 지난 2004년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성인 무대에 데뷔한 메시가 18년 만에 맞이한 개인 통산 1000번째 경기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778경기, 파리생제르맹(프랑스)에서 53경기를 각각 소화했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대표로 A매치 169경기를 보탰다. 메시는 1000번째 경기에서 통산 789호 골(345도움)을 터뜨렸다.

호주전에서 개인 통산 9번째 월드컵 본선 득점을 기록한 메시는 자신의 우상인 마라도나의 기록(8골)을 뛰어넘었다. 또 다른 레전드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갖고 있는 아르헨티나 선수 최다골 기록(10골)에 한 골 차로 접근했다. 월드컵 본선 23번째 경기를 치른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결승으로 이끌 경우 독일 레전드 로타르 마테우스(61)가 보유한 통산 최다 출전 기록(25경기)을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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