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살해로 무기 복역중 20대 명예훼손 배상금 사회단체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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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모를 토막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0대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한 교수 등을 상대로 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을 거쳐 1천만원을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명문대 휴학생이던 李모(27)씨는 2000년 5월 경기도 자신의 집에서 평소 자신을 구박하던 어머니와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시신을 토막내 쓰레기장에 버렸다. 당시 대학생의 엽기적인 존속살해 사건으로 세간에 화제가 됐다. 李씨는 2001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선고 직후 모 대학 심리학과 李모 교수는 사건 기록과 범인 李씨의 일기장 및 李씨와 면회 내용 등을 토대로 李씨의 가정사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李씨는 감옥에서 책을 받아봤고 "허위 사실을 책에 담아 가족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李교수와 출판사를 상대로 지난해 5천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李씨는 "항소심 재판 중 알게 된 李교수가 재판부의 정상참작에 유리한 심리연구보고서를 만들겠다며 면회하고 자료도 받고는 보고서가 아닌 책을 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李교수는 "부모의 과잉기대와 무관심이 얼마나 자식에게 상처를 주는지 사회에 알리고자 책을 썼다"면서 "본인의 허락을 받은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던 중 李씨는 지난 9월 "돈 때문에 소송을 낸 것은 아니니 일정 금액을 사회단체에 기부해 달라"고 제의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3부는 2일 "재소자 재활을 위한 사회단체인 천주교 교정사목위원회에 기부하라"는 내용의 조정이 지난달 28일 성립됐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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