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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는 모인다지만, 안전이 먼저"…거리·단체 응원 자제하는 지자체

중앙일보

입력

2006년 6월 24일 새벽(한국 시간)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G조 마지막 경기 날 한국의 붉은악마들이 광화문 거리에 나와 길거리 응원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2006년 6월 24일 새벽(한국 시간) 독일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위스와의 G조 마지막 경기 날 한국의 붉은악마들이 광화문 거리에 나와 길거리 응원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지자체 대부분 단체 응원 안 하기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됐지만,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인파가 '대한민국'을 다 함께 외치며 응원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와 군중 밀집 사고 가능성을 고려해 자치단체 대부분이 거리 응원이나 단체 응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23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대전·충북·충남·광주·전남·전북·대구·부산·울산·경남 등은 월드컵 단체 응원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부산시는 "이번 월드컵 기간에 단체 관람이나 응원을 위해 개방하는 시설은 없다"며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가 크고 이태원 참사 영향도 크다"고 밝혔다. 부산 지역 16개 구·군 역시 현재까지 월드컵 관련 행사를 열 계획이 없다.

대전시도 단체 응원전을 열지 않는다. 대전시 측은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군중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붉은악마 대전지회는 시내 식당을 빌려 소규모로 월드컵 경기를 관람할 계획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3일 오후(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3일 오후(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북도 "민간 주도 응원전 안전 대책 수립" 

충북 청주시는 애초 4000만 원의 예산을 세워 거리 응원 장소를 찾았지만, 이태원 참사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계획을 취소했다. 광주광역시도 옛 전남도청 광장이나 전남대·월드컵경기장 등에서 하던 응원전을 열지 않기로 했다.

다만 거리 응원을 하지 않는 지자체도 민간에서 거리 응원 신청이 들어오면 안전 관리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계획이다. 전북은 전주·익산·군산에서 각각 전주대 총학생회와 익산시 상권활성화사업단, 군산 동백로나운상가번영회 주최로 300~500명이 모이는 거리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전북도는 "도에서 주최하는 월드컵 응원 행사는 없지만, 민간이 주도하는 거리 응원전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반을 꾸리고 전북경찰청·전북소방본부와 협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라고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우루과이전)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거리 응원이 펼쳐질 서울 광화문광장 모습. 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의 첫 경기(우루과이전)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거리 응원이 펼쳐질 서울 광화문광장 모습. 연합뉴스

광화문광장 1만명 운집 예상…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 개방

대규모 거리 응원전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관계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최대 1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경찰기동대·경찰특공대 등을 배치해 인파 관리와 질서 유지 등을 할 계획이다. 붉은악마 측은 오는 24일(우루과이전)과 28일(가나전) 월드컵 H조 한국 대표팀 1∼2차전 경기 때는 약 8000명, 다음 달 3일(포르투갈전) 3차전에서는 약 1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도도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개방해 붉은악마와 함께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경기도는 경기장에 최대 5만여 명까지 수용하는 것을 전제로 안전 대책을 세웠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 21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스포츠를 사랑하고 젊음의 열기를 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권리"라며 "경기도는 '붉은악마'와 함께 안전하면서도 열정적인 응원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인천시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단체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최대 2만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생중계 전광판을 볼 수 있는 3600석 정도만 개방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개방해 붉은악마와 함께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경기도는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을 개방해 붉은악마와 함께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 경기도

'집관족' 겨냥 상품·이벤트 등장…군산시, 할인 쿠폰 제공

거리나 단체 응원이 줄면서 호텔·요식업계 등은 가족·친구·연인 등 소규모 응원 모임을 위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4명이 투숙할 수 있는 방에 수제 맥주와 피자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심야나 새벽에 경기가 열리는 점을 고려해 퇴실 시간을 늦춰주는 식이다. 맥주와 치킨도 할인 판매한다. 집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이른바 '집관족'을 겨냥한 이벤트도 등장했다.

전북 군산시는 전국 최초로 만든 공공 배달앱 '배달의 명수'를 통해 월드컵이 열리는 다음 달 19일까지 주문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주사위 게임 이벤트를 연다. 게임 결과에 따라 3000원(150장), 5000원(150장), 1만 원(100장), 2만 원(15장) 등 총 415장의 할인 쿠폰이 주어진다. 군산시 관계자는 "한국 대표팀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도 하고 골목 상권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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