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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뛸수록 떼창 커졌다…윤하 ‘사건의 지평선’ 발매 222일 만에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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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3월 발표한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가수 윤하. [사진 C9엔터테인먼트]

지난 3월 발표한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가수 윤하. [사진 C9엔터테인먼트]

“발매 222일, 486주 만에 1위...? 만화인가!!”

가수 윤하(34)가 7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지난 3월 발매된 정규 6집 리패키지 ‘엔드 시어리: 파이널 에디션(END THEORY: Final Edition)’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이 멜론 일간 차트 1위에 오른 감격을 표현한 것. 윤하가 멜론 등 음원 차트를 석권한 것은 2014년 7월 ‘우산’ 이후 8년 만이다. 2008년 피처링으로 참여한 에픽하이의 곡 ‘우산’을 윤하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곡이었다.

다음달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윤하 콘서트 포스터.

다음달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윤하 콘서트 포스터.

‘사건의 지평선’의 초반 성적은 저조했다.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 예측되지 않는 이별 그 너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설명처럼 우주에서 영감을 받아 이별을 풀어내는 방식은 참신했지만 대중의 공감을 사기에는 쉽지 않았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요즘 흥행 공식과는 다르게 5분에 달하는 대곡으로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 새로운 길 모퉁이” 등 문학적 가사가 눈에 띄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지난해 11월 발매된 6집의 타이틀곡 ‘별의 조각’부터 수록곡 ‘오르트구름’, 리패키지 앨범에 추가된 ‘살별’ ‘블랙홀’에 이르기까지 광활하게 뻗어 나간다. 윤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내 가족과 내가 떠난다면, 마지막이 된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출발한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사건의 지평선’이 대중을 건드린 것은 여름부터다. 6월 ‘청춘페스티벌’에서 불렀던 무대 영상이 유튜브 등 SNS에서 화제가 되더니 건국대·홍익대 등 대학 축제 20여 개를 섭렵했다. ‘비밀번호 486’(2007) 등 기존 히트곡과 최근 발표곡을 함께 부르는 그의 공연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결과다. 윤하는 “팬데믹 이후 첫 대면 축제 시즌인 만큼 관객분들이 마음을 열고 다가와준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지평선’ 떼창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9월 음원차트 100위권 진입 이후 (여자)아이들·르세라핌·뉴진스·아이브 등 장기 집권 걸그룹 사이를 치고 올라왔다.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앨범뿐 아니라 음원 차트도 팬덤 경쟁이 치열한데 여성 솔로 가수로는 드물게 역주행에 성공했다”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대학생들이 즐겨보는 게임 영상 배경음악에 사용되거나 무대 편집 영상이 SNS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짚었다.

윤하는 2004년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이후 18년 동안 우직하게 활동해왔다. 데뷔 초부터 꾸준히 싱어송라이터로서 작업해온 그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14곡 중 13곡의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사건의 지평선’을 계기로 지난 앨범도 재평가받고 있다. ‘비밀번호 486’이나 ‘우산’ 같은 노래는 Z세대에게도 친숙해 이들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하는 한편 최신곡들은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는 청춘의 응원가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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