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세탁" 방지법안 논란|EC제안에 유럽 일부국가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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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약판매 등 범죄와 관련된「검은 돈」을 은행 등을 통해「깨끗한 돈」으로 탈바꿈하는 소위「돈 세탁」이 유럽에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EC(유럽공동체)유럽위원회는 돈 세탁 방지법안을 성안, 이를 EC회원국들이 채택토록 제안, 각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세계의 금융기관을 통해 세탁되는 검은 돈의 규모를 아는 사람은 물론 없다.
다만 최근의 추정으로 유럽에서 팔리는 코카인·헤로인 등의 규모가 연 1백60억 달러에 달하고 이중 이익으로 남는 1백억 정도가 어떤 형태로든 세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위원회가 권고한 법안은 크게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금융기관들은 모든 고객들에게 신원확인을 요구해야 하며 신원을 확인할 만한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 은행 및 기타 금융기관은 모든 의심스러운 거래를 상부기관에 보고해야 하며 이는 은행자체의 비밀조항보다 우선해야 한다. 또한 세탁이 의심되는 돈은 내주지 말아야 한다.
셋째, 금융기관들은「돈 세탁」을 감지 또는 방지하는 내부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직원들에게 의심나는 거래를 다루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이 법안은 국가마다 나름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원칙을 선정해 놓고는 있으나 일부국가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즉「돈 세탁」을 범죄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EC가 범죄법안을 만들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올 연말까지 확정될 이 법안은 은행들이「돈 세탁」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만한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겠지만 그러나 유능한(?)「고객」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며 만일 걱정이 된다고 해도 리히텐슈타인 같은 EC외의 국가에서 얼마든지 「돈 세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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