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대회 최초의 결승 성 대결, 신진서가 먼저 웃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최정 9단과 대국 중인 신진서 9단. 이날 결승 1국에서 승리한 신진서 9단은 앞으로 한 판만 더 이기면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안게 된다. 사진 한국기원.

7일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최정 9단과 대국 중인 신진서 9단. 이날 결승 1국에서 승리한 신진서 9단은 앞으로 한 판만 더 이기면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안게 된다. 사진 한국기원.

세계 대회 결승 최초의 성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남자 1위 신진서 9단이 승리했다.

7일 온라인 대국으로 열린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1국에서 신진서 9단은 최정 9단을 맞아 205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결승 3번기에서 1승을 선취한 신진서 9단은 1승만 더하면 생애 최초로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안게 된다. 반면에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에 진출해 세계 바둑계를 신선한 충격에 빠뜨렸던 최정 9단은 두 번을 연달아 이겨야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

관련기사

전략의 승리였다. 흑을 잡은 신진서 9단이 포석부터 실리 작전으로 나섰다. ‘소녀 장사’ 최정 9단과 힘 대 힘으로 맞섰다가는 펀치에 맞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듯싶었다. 8강에서 중국의 강호 양딩신 9단을 꺾은 뒤 “죽어라 달려들었다”고 승리 비결을 밝혔던 것처럼 최정 9단은 결승에서도 세계 최강자 신진서 9단을 맞아 ‘죽어라’ 싸움을 걸어갔다. 그러나 신진서 9단은 아웃 복서처럼 노련하게 치고 빠지며 차곡차곡 집을 벌었다. 4강에서 김명훈 9단에게 승리한 뒤 “최정 9단이 전투를 걸어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대한 전투를 피하겠다”고 답한 그대로였다.

일찍이 실리 작전은 간파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신진서가 누구인가. 누구보다도 수읽기가 빠르고 정확해, 최선의 수가 아니라 최강의 수로 바둑을 정리하는 기사다. 바둑이 유리해도 수가 보이면 싸움을 걸어 상대를 몰아붙였던, 그래서 이따금 유리한 바둑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신진서 9단이 올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만큼은 안전 운행을 선택했다. K바둑에서 해설을 한 송태곤 9단도 “신진서 9단의 바둑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싸움을 피한 바둑”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우승컵이 간절했을 터다. 당대 최강자로 군림하는 신진서 9단이라지만, 삼성화재배하곤 아직 인연이 없다. 무엇보다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결승에서 분루를 삼키고 돌아섰다. 3년 연속 삼성화재배 결승에 오른 기사도 신진서 9단이 처음이다. 국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작년에 1국을 이긴 뒤 2, 3국에서 지면서 우승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최대한 2국에서 끝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에 진출한 최정 9단. 7일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신진서 9단에게 패배했다. 사진 한국기원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 대회 결승에 진출한 최정 9단. 7일 삼성화재배 결승 1국에서 신진서 9단에게 패배했다. 사진 한국기원

최정 9단은 어쩌면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실리 손해를 무릅쓰고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갔으나 상대는 역시 세계 최강자였다. 끝까지 큰 싸움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신진서 9단이어서 가능한 작전이었다. 올해 삼성화재배에서 최정 9단을 만난 한중일의 고수들도 최정 9단의 펀치력을 몰라서 당한 게 아니었다. 최정 9단이 우변 흑 대마를 끊어 공격을 시도하긴 했지만, 신진서 9단은 노련하게 활로를 찾아냈고 심지어 선수를 잡아 상변 큰 곳을 차지해 버렸다. 사실 바둑은 그때 끝났다. 이후에도 최정 9단이 끈질기게 괴롭혔으나 반면으로 10집 두터운 흑 우세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날 패배로 신진서 9단과의 상대 전적은 5전 전패로 벌어졌다.

7일 삼성화재배 결승 1국이 끝난 뒤 최정 9단이 신진서 9단의 자리로 이동해 이날 바둑을 복기하는 모습. 한국 선수 간의 결승 대국이어서 가능한 장면이다. 사진 한국기원

7일 삼성화재배 결승 1국이 끝난 뒤 최정 9단이 신진서 9단의 자리로 이동해 이날 바둑을 복기하는 모습. 한국 선수 간의 결승 대국이어서 가능한 장면이다. 사진 한국기원

항복을 선언한 뒤 최정 9단이 옆자리 신진서 9단의 자리로 건너가 복기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한국 선수 간의 결승 대결이어서 가능한 장면이다. 지난해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의 삼성화재배 결승에서도 저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었다. 결승 2국은 8일 열린다. 결승 2국에선 최정 9단이 흑을 잡는다. 1국과 달리 최정 9단이 먼저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