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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경위 파악하라" 반나절 만에…SPC 계열사 빵공장 압수수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SPL의 본사 사무실 등을 20일 압수수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에서 해당 사고의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이후 반나절 만에 진행된 강제 수사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렸다. 오유진 기자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렸다. 오유진 기자

고용부, SPL 안전의무 위반 여부 조사

이날 경기 평택경찰서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오후 5시쯤부터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 본사 사무실을 대상으로 합동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안전교육 실태부터 각종 매뉴얼까지 살펴보려고 한다”며 “압수물을 분석하고 추가 입건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가 소스 교반기(소스 등을 섞는 기계)에 끼임 방호장치 등 안전장치가 없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기관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에 관한 서류와 전자정보 등을 확보했다. 지난 4월 SPL의 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부상 사고 2건과 관련해 동종·유사 재해의 재발방지대책이 적법하게 수립·이행됐는지 등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이행 여부도 수사할 예정이다. 2인1조 작업 매뉴얼 준수 여부도 살펴본다.

고용부의 조사 과정에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난다면 SPL 경영진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수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원·하청 업체가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경영책임자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향후 모회사인 SPC로 조사가 확대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SPL은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조사는) SPL에 한정된다”며 “사고와 연관된 부분이 있는 게 아니라면 특별히 모회사로 수사를 확대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SPL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손익찬 변호사는 “SPL은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사고가 다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재발 방지 대책을 미흡하게 새운 것으로 보인다”며 “안전 매뉴얼대로 작업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것이 CEO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다만 SPC의 경우 SPC에서 관리‧감독을 하거나, SPC 관리자가 상주를 하고 있거나, 기계 등이 SPC 소유를 하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 SPC가 개입과 통제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 소재 SPL 사업장에서 일하던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소스 배합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지난 18일 SPL 대표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한 바 있다. 같은 날 평택경찰서도 SPL 제빵공장 안전 책임자인 공장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운동 독려 게시물. 트위터 캡처

트위터 등 SNS 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SPC 불매 운동 독려 게시물. 트위터 캡처

尹 “SPL 사망사고, 너무나 안타까운 일”

이번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평택 SPL 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당일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참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며 "오늘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지만, 인간적으로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그래도 같은 사회를 살아나가는데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서로 하면서 우리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한편 이날 SPC 측이 숨진 A씨의 빈소에 파리바게뜨 빵이 담긴 박스를 두고 간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SPC 관계자는 “원래 모든 직원들의 경조사 때 제공되는 물품”이라며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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