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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보드카 선물' 자랑한 伊 전 총리…“전쟁은 젤렌스키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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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오른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이탈리아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가 공개됐다. 총선 전에도 큰 파장을 낳았던 푸틴 옹호 발언을 총선 승리로 인해 차기 정부의 핵심 구성원이 된 뒤에도 되풀이한 것이다. 3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지휘하는 이탈리아형제들(Fdl)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9년 만에 상원의원에 복귀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라프레세가 이날 추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야기한 것은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을 계속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정직하고 분별 있는 사람들로 교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며 “하지만 서방의 돈과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치 못한 저항으로 인해 2주면 될 줄 알았던 (특별 군사) 작전이 200일 넘는 투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라프레세가 전날 공개한 녹취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선물을 주고받은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는 “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되살렸다. 내 생일(9월 29일)에 그는 보드카 20병과 매우 다정한 편지를 보냈다”며 “나도 람부르스코(레드 스파클링 와인) 20병과 똑같이 다정한 편지로 화답했다. 난 그의 진정한 친구 5명 중 제일로 꼽혔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총선을 사흘 앞둔 지난달 22일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상황을 놓고 러시아 국민, 정당, 장관들에게 침공을 강요당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함락한 뒤 젤렌스키 정부를 괜찮은 사람들로 교체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서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해온 멜로니 Fdl 대표는 연정 파트너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친푸틴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멜로니 대표가 이와 관련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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