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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아프다' 노조 마트 시위는 영업방해?…대법이 뒤집었다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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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96] 다 열린 마트에 들어간게 위법인가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 등이 지난 1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매각 저지 및 투기 자본 규제 입법을 촉구하는 총파업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 등이 지난 1월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 파트너스가 위치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매각 저지 및 투기 자본 규제 입법을 촉구하는 총파업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 노조원 7명은 지난 2020년 5월 28일 오전 11시쯤 홈플러스 강서점에 들어갔습니다. 매장에 당시 홈플러스 대표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해고와 전보 인사발령에 항의하기 위해서였죠.

이들은 매장에서 ‘부당해고’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대표와 사측 임원을 따라다니며 “강제전배 멈추어라, 통합운영 하지마라, 직원들이 아파한다, 부당해고 그만하라”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인사발령과 해고 문제로 분쟁 중에 자신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던 까닭입니다.

이에 검찰은 조합원들이 점장의 의사에 반해 매장에 들어가 주거에 침입했다는 혐의(공동주거침입)를 적용했습니다. 또 이들이 임직원들을 따라다니며 30분 동안 위력으로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업무방해)했다고 봤죠.

여기서 질문  

일반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매장에서 고성을 지르긴 했지만, 반대로 마트는 제한 없이 개방돼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러한 마트에 들어간 노조원들은 유죄일까요?

법원 판단은

1‧2심심은 “근무시간 중에 일반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는 매장 내에서 피켓을 들고 피해자 등을 계속 따라다니며 고성을 지르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자유 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홈플러스 대표가 수행하던 현장점검 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은 존재한다는 것이죠.

비록 노조원들이 근로조건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있었다하더라도, 회사 측과 면담 여부나 시기 등을 조율하려는 시도조차 없이 일반고객 들이 이용하는 매장 내에서 갑자기 피케팅 등을 해야만 할 불가피하고도 긴급한 사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도 짚었습니다.

주거침입에 대해서도 “매장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된 장소이고 일부 피고인들의 경우 평소 그곳에 출입하는 것이 허용된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의사에 반해 들어갔고 그 행위로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 해하여진 이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침입이 아니고,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의 형태인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침입행위는 아니라는 것이죠.

이 경우에도 조합원들이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해 들어가면서 보안요원 등에게 제지를 받거나 보안요원이 자리를 비운 때를 노려 몰래 들어가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재판부는“관리자의 명시적 출입 금지 의사는 확인되지 않고 설령 조합원들이 매장에 들어간 행위가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대법원은 업무방해도 무죄로 봤습니다. 재판부는 “노조원들은 피켓시위를 하면서 임원들과 1~2m 이상 떨어진 채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피해자 등의 진행에 따라 따라다녔지 그 이상 가까이 다가가거나 업무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막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조합원들이 임원 등에게 욕설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고 존댓말까지 사용해 요구사항을 외쳤다”며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판촉행사가 진행되기도 하는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조합원들의 육성이 현장점검을 어렵게 할 정도의 소음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조합원들의 행위에도 대표이사의 현장점검 업무는 약 30분간 진행됐다는 점, 다른 지점들에서도 조합원들이 비슷한 활동을 벌였지만 고소 등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 7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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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법’을 콕 집어 알려드립니다. 어려워서 다가가기 힘든 법률 세상을 우리 생활 주변의 사건 이야기로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함께 고민해 볼만한 법적 쟁점과 사회 변화로 달라지는 새로운 법률 해석도 발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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