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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재명 "친일국방"에 용산 발칵..."영수회담 가능성 희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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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일 국방’ 발언에 용산 대통령실이 발칵 뒤집혔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진행한 한·미·일 동해 합동훈련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이 대표의 7일 발언을 두고, 대통령실 참모들은 주말 내내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에 맞서 한·미·일이 굳건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와중에 대한민국 야당 대표가 이를 친일행위로 규정한 것을 보고 경악했다”며 “이 대표 발언을 접한 후 ‘나라가 정말 위태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북한이 연일 도발 수위를 높여나가는 것을 목도하고 있지 않냐”며 “이 대표는 정말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은 이날 새벽에도 동해 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이에 정부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미 전략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한층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이 대표가 이번 연합훈련을 하게 된 경위를 알고는 있는 건지도 의심스럽다”는 참모도 있었다. 이번 한·미·일 연합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10월 3국 국방부 장관의 합의에 따라 실시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여러번 한·미·일 연합훈련이 실시됐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론을 거듭 부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까지 계속된 북한의 도발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어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으로 우리 국민을 지켜내는 동시에 북한이 핵을 내려놓은 그 손에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이라는 미래를 쥐어주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친일 국방’ 발언은 윤 대통령과의 회동 추진에도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윤 대통령에게 일대일 영수회담을 제안했고, 윤 대통령도 “가까운 시일 내에 모시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실제로 참모들은 최근까지 이 대표 또는 이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익명을 원한 참모는 “윤 대통령이 안보와 민생을 위해선 못 만날 사람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단독회담 역시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며 “이제 단독회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됐다”고 전했다. 대통령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여야 지도부를 같이 만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보는 건 가능하지만, 이 역시도 수사를 받는 피의자를 굳이 대통령이 만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공소장에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적시되는 등 수사대상인 점을 언급한 것이다. 성남FC 후원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 등 기업들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그 댓가로 이들 기업이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 실무진들 사이에선 “이 대표의 검찰수사와는 별개로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회동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74주년 국군의 날 행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대통령실은 광화문 집회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말마다 광화문 인근에선 윤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으며, 오는 22일엔 ‘전국집중 촛불 대행진’도 개최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사망이 조여올수록 이 대표가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식의 강경투쟁 노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페이스북에 “의(義)를 위한다면 마땅히 행동해야 한다”고 썼다. 이 대표는 해당 SNS 글에 “불의를 참을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라는 댓글이 달리자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라고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금 집회는 촛불이라는 말로 포장된 대선 불복 정권퇴진 운동”이라며 “향후 집회가 ‘이재명 검찰수사 저지 투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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