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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때문에 12억원짜리 작품 손상"...국제갤러리 소송 당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삼청동에 자리한 국제갤러리. 국내 대표 갤러리 중 하나다. [연합뉴스]

서울 삼청동에 자리한 국제갤러리. 국내 대표 갤러리 중 하나다. [연합뉴스]

2014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도널드 저드 전시장 풍경.

2014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도널드 저드 전시장 풍경.

"지문 때문에 작품이 영구히 손상됐다. 이를 변상하라."
미국의 대표적인 미니멀리즘 작가 도널드 저드(1928∼1994)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저드 재단(Judd Foundation)이 한국의 국제갤러리와 티나갤러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적인 미술 전문매체 아트넷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저드 재단은 최근 두 갤러리를 상대로 맨해튼 대법원에 소송을 냈다.

미 저드 재단 소송 제기 #"작품가 80%만 변상돼, #나머지 2억여원 물어내"

재단은 소장에서 "두 갤러리가 85만 달러(한화 약 12억원)에 달하는 저드 조각품에 지문으로 인해 심각한 손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이 지문 때문에 작품에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이 생겼다는 것이다.

문제의 작품은 저드의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과 플렉시글라스로 만들어진 '무제 91-130' (1991)으로, 국제갤러리와 티나킴갤러리는 2016년 홍콩 아트바젤에서 이 작품을 선보였다.

재단은 "저드의 작품은 견고하게 구성돼 있지만, 작품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며 "작업 시 장갑이 필요하고, 표면에 묻은 지문은 신속하게 제거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문에 있는 오일이 표면과 반응해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이 남는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2015년 국제갤러리에 작품을 빌려줬으며 계열 티나킴갤러리에 전달해 그해 프리즈 뉴욕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티나킴 갤러리는 국제갤러리 이현숙 회장의 장녀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두 갤러리는 협업 관계에 있다. 작품은 2018년 재단에 반환됐다. 그러나 작품이 다시 재단에 돌아왔을 때 심각한 훼손이 발견됐다는 게 재단 측의 주장이다.

재단은 해당 작품에 대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68만 달러를 돌려받았다. 그러나 "이는 시장 가치의 80%에 불과하다"며 "지금 상태로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나머지 17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변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저드는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예술가이며, 20세기 가장 대표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단순한 형태의 금속 상자를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붙이는 연작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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