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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쌍둥이 적자’ 우려 커지지만…정부는 “가능성 희박”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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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올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는 ‘쌍둥이 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잿빛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연간 기준으로 쌍둥이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선을 긋는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ㆍ서비스의 수출입과 함께 자본ㆍ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합산한 통계다. 8월 경상수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30억5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 올해 재정수지는 '마이너스'를 예약해둔 상황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관리재정수지는 110조8000억원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수지는 2019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무역수지 적자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에 따라 월별로는 변동성이 크겠지만, 올해 연간으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하기 때문에 ‘쌍둥이 적자’의 수렁에 빠지지는 않는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8월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나올 것 같지만, 9월에는 상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 폭이 많이 줄어서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지 않았을까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도 이날 “8월은 이례적으로 컸던 무역수지 적자(94억9000만달러)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며 “9월에는 무역적자가 37억7000만 달러로 크게 축소되면서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 쌓아둔 누적 흑자 규모도 작지 않다. 올 1~8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25억2000만 달러다. 쉽게 말해 남은 4개월간 매달 55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적자를 보지 않는 한 올해 연간 경상수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韓, 경상수지 적자 트라우마 

그럼에도 최근 ‘쌍둥이 적자’ 우려 목소리가 과할 정도로 커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의 아픈 추억 때문이다. 한국이 쌍둥이 적자를 기록한 때는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한국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4년 연속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뒤 외환위기를 맞았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외환위기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구조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고 이것이 위기의 단초가 되는 게 아닌지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아직 한국은행과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300억 달러가 훨씬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가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 상황 이어지면 내년 연간 '흑자' 불투명

문제는 내년이다. 지금 같은 무역적자 상황이 길어진다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ㆍ유럽연합(EU)ㆍ중국의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고, 고공비행하는 에너지 가격은 한국의 수입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무역수지가 개선돼야 하는데 한국의 무역 구조 변화로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한국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상품 수출입이 차지하는 만큼 무역수지가 줄면 경상수지가 나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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