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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계획 보고 아내·조카명의 땅 샀다…5급 공무원 실형 확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업무상 알게 된 도로 노선계획안에 따라 아내 등 친인척 명의로 땅을 미리 사들여 4억여원의 보상금을 챙긴 경북 영천시청 5급 공무원이 1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보상금 전액 추징을 확정받았다.

경북 영천시청 전경. [사진 영천시]

경북 영천시청 전경. [사진 영천시]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부패방지권익위법,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북 영천시청 소속 5급 공무원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4억 8700만원 추징과 아내 명의 283㎡ 규모의 토지 몰수도 명령했다.

A 씨는 영천시청 도시개발 계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도로개설공사의 노선·보상 계획 등 비공개 정보를 파악해 2018년 7월 25일 영천시 창구동 일대 350여㎡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을 3억 3000만원에 사들여 엿새 뒤 아내 명의로 이전, 그 중 일부에 대한 도로 수용 보상금 1억 6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3월 22일에는 야사동 일대 310여㎡ 부동산을 1억 9500여만원에 매입해 4월 1일 조카 명의로 이전, 3억 130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매각한 혐의도 받는다. 당시 영천시 소속 B 동장으로부터 경로당 개설을 위한 ‘도시계획도로 개설 잔여 토지 및 건물 매입요청’을 받은 A 씨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지자체가 해당 부지를 매입·보상한다는 비공개 정보를 확인한 뒤 해당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도로공사 노선 계획안만을 파악하고 보상 시기와 보상금액은 알지 못했으며, 도로개설공사 공고가 시청 홈페이지에 게재돼 비밀성이 상실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노선 계획안을 알게 된 이상 구체적인 보상 시기·금액까지 안 경우와 차이를 둘 의미가 크지 않다”며 “보상계획 공고문에는 토지 조서 등이 첨부되지 않았고, 공고 당시 노선 계획도를 일반에 공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는 도시계획과에 근무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 이익을 취함으로써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불법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조장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상당하므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또 “해당 사건에 앞서 아내 명의로 부동산을 경매로 취득해 지자체로부터 보상을 받은 전력이 3회 있으며, 담당 직원이나 지인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유도하고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거짓말로 증거를 은폐해 수사에 지장을 준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다만 “A씨의 건강이 좋지 않고 교통범죄로 벌금형의 처벌을 받은 전과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으며, 몰수와 추징으로 인해 범행으로 취득한 이익을 모두 박탈당할 예정인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대법원도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된다”며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무겁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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