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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물밑접촉 맡았던 후커 "尹 외교, 北에 휘둘리지 않는 최상의 방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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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북 물밑 접촉을 담당했던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부보좌관이 북한의 지난 4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최근 도발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한ㆍ미 동맹 강화 노력과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방해하려는 시도"라며 "북한에게 휘둘리지 않는 외교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12월 방한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ㆍ미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참석했던 앨리슨 후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연합뉴스.

지난 2019년 12월 방한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ㆍ미 북핵수석대표협의에 참석했던 앨리슨 후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연합뉴스.

"北에 휘둘리지 말아야"

후커 전 보좌관은 5일 세종연구소의 한반도 이슈 관련 웹진 '코리아 온 포인트' 기고에서 "북한이 전날(4일) 한ㆍ미ㆍ일 대잠 훈련에 반발해 5년만에 처음으로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IRBM을 쐈다"며 "북한은 향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관련)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면서도 국제 사회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대외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북한이 한국 외교를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후커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대화 국면을 열었던 지난 2018년 NSC 한반도 보좌관으로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북한과 실무 회담, 물밑 접촉을 도맡았다. 대북 관여 정책의 핵심 인사였던 그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북한 이슈에만 매몰될 필요 없이 지금처럼 국제사회로 시야를 넓히는 외교를 펼치라"고 주문한 셈이라 주목된다.

"北, 국내 여론 악화 목적도"

후커 보좌관은 이어 "글로벌 중추 국가(Global Pivotal State)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과 계속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목적은 한국과 일본 내부에 안보 불안을 유발해서 윤 대통령뿐 아니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국내 여론에 악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방해 시도에 굴하지 않고 기존의 대외 정책을 유지하며 한ㆍ미ㆍ일을 비롯해 다른 우방과 함께 북한 관련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을 위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방한했던 앨리슨 후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연합뉴스.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전 실무협상을 위해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함께 방한했던 앨리슨 후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연합뉴스.

"외교 중심축 세계로 옮긴 것" 

한편 윤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제77차 유엔 총회 기조 연설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역대 처음으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선 "윤 대통령이 전임자들처럼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기회로 유엔 총회를 활용하지 않은 데 대해 많은 이들이 놀랐다"며 "윤 대통령은 외교의 중심축을 한반도에서 전 세계로 옮기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한국이북핵 문제나 북한의 도발 상황과 관계 없이 그 자체로 국제 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 향후 더 많은 바를 기여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11분동안의 연설에서 자유를 21번, 연대를 8번 외치며 "자유진영 국가 간 연대"와 "보편적 가치"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선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추상적 구호와 자유 철학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데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연설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사용 엄포와 함께 군 동원령을 내린 것과 맞물리며 아쉬운 대목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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