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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원전 가동…‘고준위 폐기물’ 처리 급한 불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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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달리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은 선정부터 갈 길이 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경북 경주 중·저준위 처리장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과 달리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은 선정부터 갈 길이 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달 26일 경북 경주 중·저준위 처리장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원전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가 현안으로 등장했다. 고준위 폐기물의 포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탄소 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미래 세대 부담도 줄이려면 처분 시설 확보에 필수적인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커진다.

원전 가동 시엔 사용후핵연료 등 방사능이 강한 고준위 폐기물이 필연적으로 나온다. 이들의 처리가 적절히 이뤄져야 원전과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자력 발전을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 포함하면서 2050년까지 고준위 폐기물 처분을 위한 세부 방안을 마련하라는 단서를 달았다. 국내에서도 원전을 포함한 새로운 K-택소노미 안이 나올 예정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방사능이 적은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 시설은 경북 경주에 있다. 하지만 1만8000t이 발생한 고준위 폐기물은 아직 처분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원전 내 시설에 보관 중이다. 2031년 고리·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포화가 시작될 예정이다. 원전 운영이 늘어나면 이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핀란드·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1980~90년대부터 일찍 부지 선정에 나서 처분 시설 운영이 가시화됐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원전 부지 내 한시적인 건식 저장도 어렵다. 이대로면 폐기물 때문에 원전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있는 방사성폐기물 관리법과는 별도로 고준위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나 해당 지역 지원 등을 구체화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달 말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안’을 비롯해 관련 법안 3건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특별법에 담길 내용은 ▶조속한 처분장 확보와 폐기물 반출 시점 명시 ▶선정 지역 대규모 지원 ▶원전 내 저장 시 의견수렴 강화 ▶전담위원회 설치 등이다. 부지 확보 절차는 조사, 주민투표 등을 포함해 약 13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 후 중간저장, 최종처분 시설 등을 마련하는 식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는 이인선 의원안 등이 정기국회서 논의되면 빠르게 통과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법안 논의가 늦어질수록 지속가능한 원전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처분장 운영에 필수적인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연내 확정하는 등 기술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계도 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 나선 윤종일 카이스트(KAIST) 원자력·양자공학 교수는 “고준위 폐기물 저장 시설에서 사고가 난 경우는 세계적으로 한 건도 없다. 부지만 확보되면 안전한 운영이 가능한 만큼 정권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된 지반 깊숙이 처분장을 만들면 방사선 누출 위험이 사실상 없지만, 충분한 주민 설득과 동의가 필수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지 선정이 제일 중요한데, 전 국민을 위해 부담을 져야 할 유치 지역 주민을 지원할 방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안에도 특별지원금, 지역발전사업, 지역 주민 우선 고용 같은 지원책이 포함됐다.

지난해 2차 고준위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 절차 착수부터 영구처분 시설 확보까지 37년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 목표 시점은 특별법 제정 후 기본계획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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