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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이겨내고 다시 활시위 잡은 국가대표 꿈나무 이승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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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저축은행 장애인 양궁 선수 이승준. 사진 페퍼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장애인 양궁 선수 이승준. 사진 페퍼저축은행

장애가 가로막았지만, 태극마크에 대한 꿈은 놓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 장애인 양궁팀 이승준 (23)이 국가대표를 향한 활시위를 당긴다.

이승준은 하남 천현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양궁을 시작한 유망주였다. 전국소년체전에서 입상했고, 2015년엔 유스 세계선수권 카뎃부(17세 이하) 2관왕(혼성·남자 단체)에 오르고 개인전에선 동메달을 획득했다. 국가대표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언젠가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내겠다는 꿈에 다가갔다.

하지만 병마가 그를 찾아왔다. 효원고 2학년 때 '뇌동정맥 기형'으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졌다. 전체 인구 0.14%에게 발병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몸의 오른쪽 신경이 둔화되는 장애를 갖게 됐다. 재활치료를 받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도 긴 시간이 걸렸다.

활을 놓았던 그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 지난해 여자배구 프로팀을 만든 페퍼저축은행이 장애인 양궁팀을 창단한 것이다. 대학생 장학금 지원, 지역사회 공헌활동 등을 해왔던 페퍼저축은행이 장애인 체육으로도 발을 뻗쳤다.

하남 신장중에서 이승준을 지도한 신혜진 교사는 이 소식을 듣고, 윤건후 페퍼저축은행 감독을 만나 이승준을 추천했다. 구단과 윤 감독은 공백기가 길었지만, 신인 선수를 발굴하겠다는 뜻으로 입단을 결정했다.

지난해 8월 팀에 합류한 이승준은 잃었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창단 멤버로 합류한 최성길, 올해 1월 합류한 현 국가대표 구동섭, 김미순 등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승준은 지난 4월 전국장애인양궁종별대회 겸 2023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부 리커브에서 은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냈다. 5년 동안 활을 잡지 않았음에도 세 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승준은 장애를 얻고 늦게 양궁을 시작한 선수들보다 성장속도가 빠르다. 50, 60대 선수도 있는데 반해 어린 편이기도 하다. 윤건후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양궁을 해서 기본기가 잘 잡혀있고 이해도가 높다. 나이가 어린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했다.

이승준의 도전은 아직 끝이 아니다. 23일 개막하는 제1회 순천만배 전국장애인양궁대회 겸 2023년 국가대표 4차 선발전에 나선다. 4위 이내에 들면 내년에 열리는 최종선발전에 나갈 수 있다. 여기서 다시 2위 안에 들면 국가대표가 된다. 태극마크를 달게 되면 2024 파리 패럴림픽 출전도 노릴 수 있다.

국가대표 후보선수 소집 훈련중인 이승준은 "양궁이 아닌 다른 것을 하며 사는 삶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장애인 양궁팀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항상 감사하고 기쁘다"고 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겠다는 최종 목표에 한 발 가까워지는 기회이기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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