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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향기] 깊고 맑은 12줄 가야금 소리 현대과학도 "그저 감탄할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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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명 현상이야말로 맑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비결이다. 제대로 된 정밀 측량도구도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이런 악기를 만들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가야금 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또 있다. 나무판의 재질이다. 재료인 오동나무는 세포 구조가 매우 성글다. 이에 비해 바이올린의 재료인 가문비나무는 세포가 촘촘히 늘어섰다. 이 때문에 우리 가야금에 비해 소리가 날카롭다. 소나무나 잣나무로 가야금을 만들기도 하는데, 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가야금 명장인 난계국악기제작촌 조준석 대표는 "오동나무 가야금은 소리가 깊고, 소나무.잣나무는 깨끗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같은 오동나무라도 나무를 통째로 켜 울림통을 만들었는지, 판을 이어붙인 것인지에 따라서도 소리가 다르다고 했다. 안목 높은 관람객이 훌륭한 예술가를 낳는다고 했던가. 우리 조상들이 조 대표 같은 귀를 지녔었기에 현대 과학도 감탄할 만한 가야금 같은 악기가 탄생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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