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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임명" VS "문외한 아냐"…출근도 못한 국민연금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가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출근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가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출근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현 前예금보험공사 사장 임명 

880조원이 넘는 국민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임명된 지 나흘이 지났지만, 아직 공단 안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공단 노조의 임명 반대 집회로 첫 출근이 무산된 데 이어 5일에는 본인이 출근하지 않았다.

2015년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공단 본부를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은 2017년 기금운용본부 이전도 마쳤다. 기금운용본부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 6월 말 기준 883조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5일 "김태현 신임 이사장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임명장 수여식이 예정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김 신임 이사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내다 이달 1일 임명됐다. 임기는 3년이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는 지난 2일 공단 앞에서 "부적격 졸속 인사"라며 임명 반대 투쟁에 나섰다. 김 신임 이사장은 출근길을 막은 노조에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연금) 문외한도 아니다"며 "나도 금융을 한 사람"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임명장을 받기 전이니 오늘은 돌아가 달라"는 노조 측 말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신임 이사장이 출근하지 않은 이날도 노조는 임명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월 20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노조 "윤석열 정부 공적연금 축소는 개악" 

앞서 노조는 성명을 내고 "복지부 장관이 부재한 시기에 기재부 출신 (조규홍) 복지부 차관이 제청한, (국민연금) 제도와 아무 연관성 없는 모피아 출신 인물을 이사장으로 무리하게 졸속 임명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모피아'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이다.

노조는 "연금 개혁은 '더 내고 더 많이 받는' 방향으로 가야 재정적·제도적으로 안정이 된다"고 했다. "기금은 제도·조직과 같이 가야 하고, 기금만 분리하면 공적연금은 붕괴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연금 개혁을 하면 재정뿐 아니라 국민에게 신뢰를 잃어 제도적으로도 지속할 수 있지 않다"고 했다.

양측은 절충안을 찾기 위해 주말에도 접촉했다. 김 신임 이사장과 이재강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출근이 무산된 지난 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모처에서 만나 대화를 이어갔다.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의 임명 반대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2일 오전 전북 전주시 덕진구 국민연금공단 앞에서 노조의 임명 반대 투쟁에 막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측 물밑 접촉…"반대 투쟁 중단 여부 논의"

이재강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사장 생각이 노조와 비슷하더라도 대통령실 입장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의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심정으로 계속 확인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금을 제도나 조직에서 분리할 의도가 없다는 답변을 받으면 반대 투쟁을 멈추겠다"며 "노조와 뜻을 같이하는데 아무리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장을 받았더라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절대 (대통령실에서) 오더(지시) 받은 것도 없고 대체로 노조 의견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정부에서 특별한 지침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노조 내부 의사 결정 기구를 통해 반대 투쟁 중단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은 재정안정론에 초점을 맞춘 개혁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1998년 이후 동결된 보험료율(9%)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생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낮추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보험료율을 12~13%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민 여론을 의식해 추진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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