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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쇼핑 초래한 건강보험 전면 수술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4호 30면

내년 월급 7.09%가 건보료, 해마다 올라

초음파·MRI 3년 새 10배, 과잉검사 판쳐

2029년 적립금 소진, 문재인 케어 손질해야

이달부터 건강보험료 납부 체계가 달라졌다. 그중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을 강화한 것이 논란이다. 그동안 연소득 3400만원 이하면 피부양자로 등록됐는데, 지난 1일부터 기준이 2000만원 이하로 낮아졌다. 18만 세대가 월평균 15만원의 보험료를 내게 됐다. 여기엔 일정한 직업이 없는 연금소득자들도 포함된다.

문제는 정부의 말만 믿고 연기연금(수령 시기를 늦춰 더 받는 것), 임의계속가입(만 60세 이후도 연금 가입) 등을 통해 수령액을 늘린 이들이다. 이들은 국민연금공단이 홍보한 방법을 따랐을 뿐인데, 이제 와 건보료 폭탄을 맞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굳이 연금 수령 시기를 미뤘겠느냐는 탄식이 나온다.

정부가 국민의 노후자금까지 쥐어짜며 건보료를 부과하는 이유는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건보 지출 규모는 2010년 34조원에서 2020년 73조원으로 2배 이상이 됐다. 이대로 가면 그동안 쌓아왔던 적립금이 2029년에 모두 소진된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가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올해 6.99%에서 2023년 7.09%로 올린 것도 같은 이유다. 건보료는 2017년 6.12%에서 꾸준히 올라, 5년 안에 법정 상한인 8%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의 증가율(14.2%)은 박근혜 정부(3.9%)보다 훨씬 가팔랐다.

매년 가입자로부터 걷어가는 돈은 늘었지만, 건보재정은 악화일로다. 지출 관리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경우 피부양자로 등록된 가족은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입국 당일부터 혜택을 받는다. 내국인은 부모라 해도 소득·재산에 따라 피부양 자격이 박탈되지만 외국인은 파악조차 어려워 방치되기 일쑤다.

이와 같이 건강보험에 등록된 외국인 피부양자만 현재 19만3698명이다. 지난해 한 외국인은 조모와 부모, 처조부와 장인·장모, 배우자, 자녀 등 9명을 피부양자로 등록해 논란이 일었다. 이렇게 2017년부터 2021년 7월까지 455만명의 외국인이 진료를 받았고 3조 6621억원이 건강보험에서 지급됐다.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대폭 늘린 문재인 케어다. 각종 검사가 건강보험에서 지원되니 쇼핑하듯 병원을 간다. 의사는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수가가 높은 검사를 적극 권한다. 문재인 케어를 대표하는 초음파·MRI 진료비는 적용 첫 해인 2018년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10배가 됐다.

도덕적 해이가 판치면서 건보재정은 거덜 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OECD 평균(5.9회)보다 훨씬 많다. 연간 15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도 19만명에 달한다. 이처럼 돈이 새나가는 와중에도 정작 필요한 곳엔 인색하다.

대표적인 게 원가에 못 미치는 수술 수가다. 건강보험이 인정하는 6개 의료행위 영역(세부 항목 5850개) 중 지출이 제일 적은 것은 수술(7.7%)이다. 수술 수가는 2020년 기준 원가의 81.5%에 불과했다. 반면 검체검사는 원가의 136%, 영상검사는 117%였다. 병원들이 과잉검사는 부추기고, 꼭 필요한 수술은 인력이 없어 제대로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금 당장 문재인 케어를 대폭 손질하고 지출 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 불필요한 검사는 줄이고 수술 등 꼭 필요한 의료행위의 수가는 높여야 한다. 가입자들의 호주머니만 쥐어짜고 방만한 재정 운영을 방치하는 것은 가렴주구(苛斂誅求)와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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