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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자부하던 60대男 울렸다…암 부르는 '조용한 침입자' 정체

중앙일보

입력

B형 간염. 서울대병원.

B형 간염. 서울대병원.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해온 60대 남성 A씨는 최근 들어 쉽게 피로감을 느끼곤 했다. 더위에 뒤척이느라 잠을 잘 못 자서 생긴 일시적인 증상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근육통과 미열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화장실에 간 A씨는 이전보다 소변색이 눈에 띄게 진해진 걸 보고 병원에 방문했다. A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B형 간염’이었다. 의사는 B형 간염은 딱히 치료제가 없어 완치의 개념이 없다고 했다. 평소 별다른 증상을 못느꼈던 터라 A씨는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A씨 사례와 같이 B형 간염은 걸렸다고 해도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용한 침입자’라고 불린다. 간은 우리 몸에서 에너지 관리와 독소 분해, 담즙 생성, 면역력 향상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전격성 간부전이나 간암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만성 B형간염 환자 10명 중 1명에게 10년 이내 간암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선 조기 발견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윤빈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B형 간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아봤다.

“B형 간염 환자 혈액 통해 전파”

우선 B형 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이 됐을 때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급성간염과 만성간염 2종류로 분류된다. 바이러스 감염 후 6개월 미만의 상태를 급성 B형간염이라고 하며, 6개월 이상 지속되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상태를 만성 B형 간염이라고 한다.

B형 간염은 보통 혈액을 통해 전파된다. 이 교수는 “가족 내 B형 간염을 가진 환자가 있는 경우 혈액에 노출이 되는 칫솔, 손톱깎이, 면도기 등을 함께 사용할 때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 아기가 태어날 때 모체로부터 전염(수직감염)될 수 있으며 성적인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등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B형 간염 예방사업. 서울대병원.

B형 간염 예방사업. 서울대병원.

B형 간염 백신 상용화 이전에는 국내 인구 10명 중 1명, 약 8~10%가 만성 B형 간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983년 B형 간염 백신 접종과 1991년 신생아 예방접종, 1995년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거치면서 2008년 이후 B형 간염 유병률은 전체 인구의 약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혈액검사 통해 진단 가능…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문제는 B형 간염의 경우 명확한 증상이 드물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아무런 증상없이 수십 년간 간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마치 기생충처럼 조용히 진행된다”라며 “이는 만성 간염으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흔히 간경화라고 불리는 간경변증, 그리고 간암까지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성 B형 간염은 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진단할 수 없다. B형 간염 표면 항원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혈액검사를 통해 B형 간염을 진단할 수 있다.

치료제 없는 병…간암 진행 예방하려면?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윤빈 교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윤빈 교수.

이 교수는 아직까지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증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만성 B형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증식을 최대한 억제해 염증을 최소화하는 치료제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치료 경험이 없는 만성 B형 간염 환자는 엔테카비어, 테노포비어, 베시포비어라고 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를 이용해 치료를 시작한다.

만성 B형 간염은 간경화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간암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간암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음주는 간 질환을 굉장히 빠르게 진행시키기 때문에 철저한 금주는 필수다. 또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간암 발생 확률이 훨씬 높아 금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간 수치가 상승하거나 활동성 B형 간염이 확인되면 이른 시기에 적극적으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만성 B형 간염 환자가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 간암 위험을 상승시킨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뇨병이 있다면 철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지혈증이나 지방간 등이 있다면 적절한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간암은 100% 예방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만성 B형 간염 환자들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6개월 간격으로 혈청 알파태아단백이라고 하는 간암 표지자 검사, 간 초음파 검사를 통한 간암 감시 검사를 주기적으로 잘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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