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신선 농산물과 가공식품, 외식 물가가 일제히 뛰고 있다. 명절 대목이 지나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집중호우 후폭풍으로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데다, 올해 3~6월 정점을 찍었던 국제 곡물 가격도 최근 국내 가공식품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해서다.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원화 값도 수입 식품 물가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6595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45.2% 올랐다. 시금치 1㎏ 소매가는 전년 대비 21.5% 뛴 3만2002원을 기록했는데, 같은 무게의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2만6160원)보다도 비쌌다.
지난해 같은 때와 비교해 오이 값은 76%나 튀었다. 애호박(66.5%), 무(45.1%), 파(44.5%), 상추(37.5%), 당근(36%), 양파(25.7%), 깻잎(21.9%) 등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안 오른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고스란히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인 ‘참가격’ 통계를 보면 올 7월 기준 자장면 한 그릇 값은 전국 평균 6074원으로 1년 전보다 13.1% 뛰었다. 삼겹살 1인분(200g) 값도 지난해보다 10.9% 상승한 1만5875원이었다. 여기에 김밥(12.7%), 칼국수(11.4%), 냉면(10.6%), 김치찌개 백반(8.6%), 삼계탕(8.3%), 비빔밥(7.7%)까지 소비자원이 조사하는 8개 외식 품목 가격 모두 10% 안팎 크게 올랐다.
가공식품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4일 농심이 라면과 과자 출고 가격을 다음 달 15일 각각 11.3%, 5.7% 인상한다고 발표했는데 사실 예고편에 불과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 곡물시장 정보’에 따르면 밀은 3월 7일(이하 t당 475달러), 옥수수는 4월 29일(322달러), 대두는 6월 9일(650달러) 등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3~6월 정점을 찍은 국제 곡물 가격이 최근 국내 물가에 차례로 반영되는 중이다. 수입 곡물ㆍ유지류를 주원료로 하는 라면ㆍ과자ㆍ빵 같은 가공식품 값이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율도 문제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1330원대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같은 양, 같은 값(달러화 기준)의 농산물을 수입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돈(원화)을 주고 사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0.25%포인트 올렸는데, 올 들어 4회 연속 인상이다. 물가와 환율 방어 목적이 컸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5.2%로 수정 전망하기도 했다.
신선ㆍ가공식품, 외식 등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물가난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9~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더라도 하락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자재가, 환율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가와 국제 곡물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9~10월쯤 물가 정점은 곧 지나가겠지만 환율이 문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한ㆍ미 금리가 역전이 됐고 이후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인데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가 계속 오를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