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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느낌] 새콤달콤 포도밭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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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맥스(러셀 크로)는 런던 증권가의 소문난 기업사냥꾼이다. 목표를 위해서는 비열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펀드 매니저로 승승장구한다. 권력과 술수를 과시하는 것이 삶의 전부인 그에게 어느 날 삼촌 헨리(앨버트 피니)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어린 맥스를 유난히 아꼈던 헨리가 프랑스의 포도밭과 작은 성을 유산으로 남긴 것. 헨리와의 기억이 까마득한 맥스는 오직 포도밭을 팔아치울 생각에 하루 일정을 잡아 프랑스로 간다. 그러나 그의 일정은 꼬이고, 카페를 운영하는 매력적인 패니(마리옹 코딜라드) 등 마을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워커홀릭인 도시 남자가 시골에서 자아를 되찾는다는 익숙한 이야기다. 도시남자와 시골처녀의 로맨스를 근간으로, 도시와 농촌이라는 두 공간과 두 삶의 방식을 대비시키는 것도 별반 새롭지 않다. 그 때문에 까다로운 취향의 관객이라면 지나치게 관습적이고 평이한 구도가 실망스러울 수 있다.

영화의 재미는 다른 곳에 있다. 카메라에 가득 담기는 프로방스의 따뜻한 풍광, 영국인과 프랑스인의 문화적 차이, 와인을 통한 인생철학 설파하기 등 자잘한 재미가 오히려 매력이다(물론 '와인철학'의 경지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에 크게 못 미치지지만 말이다). 영화의 도입부, 어린 맥스에게 헨리는 "와인은 거짓말을 안 하는 고상한 음료"라고 말한다. 여러 해를 묵혀야 맛이 깊어지는 와인 생산은 촉각을 다투는 맥스의 일과 대비된다. 영어제목 '어 굿 이어(A Good Year)' 역시 좋은 포도품종이 생산된 해를 뜻한다. 시간의 흐름을 '빈티지(Vintage)'라고 하는 것도 와인에 빗댄 표현이다.

한국 제목처럼 아주 '멋진' 영화까지는 아니지만 '기분전환용'으로는 무난할 듯하다.

스콧 감독은 실제로도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 와인광이다. 원작은 프랑스 남부의 평화로운 삶을 주로 그려온 피터 메일의 동명 소설. 메일은 원작 구상 단계에서부터 친분이 두터운 스콧 감독에게 영화화를 부탁하고 작품을 썼다고 한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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