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촘촘한 복지행정으로 수원 세 모녀 비극 재발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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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22일 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부착된 경기도 수원시의 한 다가구주택 입구. 생활고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 시신 3구가 전날 발견됐다. 소방과 경찰이 강제로 개폐 장치를 뜯어낸 흔적이 있다. 채혜선 기자

지난 22일 경찰의 폴리스 라인이 부착된 경기도 수원시의 한 다가구주택 입구. 생활고 탓에 극단적 선택을 한 세 모녀 시신 3구가 전날 발견됐다. 소방과 경찰이 강제로 개폐 장치를 뜯어낸 흔적이 있다. 채혜선 기자

중앙정부·자자체 모두 가족 생활고 몰라

신청 없어도 적극 발굴·지원 시스템 필요

경기도 수원 다세대 주택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60대 여성과 40대 두 딸이 복지행정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과 같은 복지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이력도 없다. 이들이 복지제도 자체를 몰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 촘촘한 행정제도를 마련하고, 적극적 공무행위로 도움을 줬더라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세 모녀는 2020년 2월부터 보증금 300만원에 월 42만원짜리 수원시 주택으로 옮기면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 원래 살던 경기도 화성시는 이들의 건강보험료가 약 16개월치 밀린 사실을 확인해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안내문을 우편으로 보내고, 이달 초 직원이 주민등록상 주소로 방문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는 사실만 확인한 채 추가 조처를 하지 않았다.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상황을 알고 나섰다면 세 모녀는 월 120여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지원 혜택,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4년 서울 송파 세 모녀 비극 이후 공과금 등 34가지 항목 중 일부를 3개월 이상 체납하면 위기 가구로 지정돼 긴급생계지원비 등을 지원하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이 생겼다. 공과금 납부 현황을 통해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파악해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송파구의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거주하던 세 모녀 역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판박이 비극이 다시 발생했다. 수원 세 모녀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따라 위기 가구로 지정될 조건이었다. 주민등록상 거주지로 돼 있는 화성시에서는 이들 모녀의 행방을 추가 추적할 근거가 없어 복지 지원 관련 ‘비대상자’로 분류하고 말았다. 실제 거주한 수원시에서는 이들이 산다는 것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기 가구를 찾아내고 적시에 복지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보장시스템 구축을 부처에서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 복지제도에서는 대부분 당사자가 자신의 상태와 필요한 내용을 신청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원 세 모녀의 경우처럼 주소가 불분명한 경우엔 행정 당국이 적극적으로 이들의 행방과 상황을 파악해 챙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고를 겪는 이들 중 상당수가 채무 문제를 이유로 실거주지를 옮겨 다니고, 사는 곳을 알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동네 사정에 밝은 원주민들을 활용하는 민간위원제도의 도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일선 복지행정이 여전히 ‘갑’ 입장에서 이뤄지는건 아닌지, 민원인에게 불친절한 부분이 있는지 근본부터 점검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