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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감염자 56%, 걸린 줄도 몰랐다"...이래서 번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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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코로나19 하위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자의 절반 이상이 본인의 감염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 로스앤젤레스 비영리 메디컬센터 시더스-시나이 연구진은 오미크론 감염 급증 이후 센터 내 직원과 환자로부터 2479개의 혈액 샘플을 확보해 분석했다.

지난 12일 중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2일 중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혈액 내 항체 분석을 통해 이들 중 210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6%가 본인이 감염됐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 자신의 오미크론 감염 사실을 몰랐던 사람들 중 10%는 감기나 다른 감염으로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발현 증상이 없어 자신도 모르게 오미크론에 걸렸다 회복됐다.

연구진은 "이처럼 많은 오미크론 감염 사례들이 인식되거나 감지되지 못하는 점이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지불식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오미크론을 퍼트렸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의학협회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최근 게재됐다.

지난 1월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은 원조 오미크론과 오미크론에서 파생된 하위 변이들이 이끌고 있다. 전 세계 신규 확진자는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던 지난해 7~12월 정점이어도 200만 명을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원조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지난 1월 한때 전 세계 신규 확진자는 408만 명까지 치솟았다. 오미크론은 전파력과 면역 회피력이 강하고, 중증도는 델타보다 약하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코로나19 진단 키트. EPA=연합뉴스

코로나19 진단 키트. EPA=연합뉴스

지난 20일 미 공영 라디오 NPR 등에 따르면 논문 주저자인 샌디 Y. 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진단되지 않는 감염이 바이러스 전파를 증가시킬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낮은 수준의 감염 인지가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의료 종사자조차 자신의 감염 사실을 인지하는 비율이 일반인들에 비해 조금 높았지만, 전반적으로는 낮은 수준이었다.

이 센터의 수잔 쳉 박사는 "이 결과를 계기로 사람들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사람이 있었던 모임에 참석했었거나 몸이 좀 안 좋아지기 시작했을 때 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을 생각하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신의 위험을 더 잘 이해할수록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건강도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마크 시겔 미 뉴욕대 랭곤메디컬센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코로나19가 보고된 것보다 실제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켰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감염자가 과소 집계되고 있다. 하루 10만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될 경우 실제는 약 100만 건가량 될 것 같다"며 "대다수의 미국인이 어떤 형태로든 코로나19에 걸린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선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 넘게 집계되고 있는데, 실제는 이보다 10배가량 많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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