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2세 대통령 100일 맞은 페루 새 정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은 후지모리에 냉담하다”/살인적 물가… 시위 그칠새 없어/꿈부푼 조국원조 “언발 오줌누기”
파탄에 이른 경제를 일본지원을 받아 회생시켜 주리라는 기대속에 출범한 페루의 일본계2세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51)이 5일 집권 1백일을 맞았으나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취임 이후 페루의 경제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계속되는 시위와 테러행위등으로 사회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후지모리정부는 8월초 취임 10여일만에 긴급경제정책을 발표했다. 가르시아 전 정권의 사회복지정책인 생필품의 재정보조를 철폐하는 게 골자였다.
이 조치는 89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타개하고 긴축재정을 통해 인플레를 잡아보기 위한 비상수단이었다.
그러나 정부보조금의 철폐로 휘발유값이 일시에 3천%가 뛰고 쌀ㆍ빵ㆍ식료품 등은 평균 7백%가 오르는등 물가가 급등,국민들의 대대적인 반발을 샀다.
선거전때만 해도 후지모리는 보조금 철폐를 반대했다. 그는 라이벌 바르가스 요사가 주장했던 정부보조금 철폐정책을 『국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쇼크요법』이라고 비판,빈민층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그의 변신에 대한 반발이 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페루 수도 리마 경찰당국은 긴급 경제정책 발표후 1주간 약탈ㆍ시위 등 소요사태로 약 7천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조치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이달 현재 페루의 최저임금은 2천5백만 인티인데 비해 계란 한 줄은 5천만인티에 달하고 있다.
대통령관저 앞에는 『식량을 달라』고 요구하는 주부단체들의 농성으로 경찰과의 충돌이 매일 계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 10여년간 약 1만9천명의 희생자를 낸 좌파 게릴라 「센데로 루미노소」의 테러행위는 갈수록 기승을 부려 사회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페루 남부 고원지역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이들은 후지모리의 대화제의를 무시하고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취임 직전 대통령관저에 대한 로킷 공격을 비롯,지난달 24일에는 현역 육군대령을 포함해 19명을,3일에는 여당간부를 포함한 10명을 살해했다.
현재 페루의 경제는 산업기반시설이 취약하고 생산의욕이 저하돼 외국원조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 87년 당시 가르시아 대통령이 외채상환정지선언을 해 세계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융자는 중단된 상태다.
이같은 배경이 일본계 2세인 후지모리의 당선을 이끈 요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페루의 기대와는 달리 일본은 페루원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일본이 지원한 것은 가뭄대책융자 4백만 달러,식량증산지원의 무상원조 12억5천만엔,자민당으로부터의 트럭 1백20대 기증이 전부일 뿐이다.
가이후 총리가 『원조는 국가에 하는 것이지 개인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고 밝힌 것처럼 일본 입장으로는 페루에 대한 원조가 시급하지 않기 때문이다.<이영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