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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기침 몇번 하니, 비용 3만원→5000원…코로나 검사 요지경

중앙일보

입력

직장인 A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 자가진단 키트에선 한 줄(음성)이 떴지만,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로 한 번 더 확인하려 동네 병원을 찾았다. A씨가 “키트 검사에서 음성인데, 찝찝해서 검사 받으러 왔다”고 하니 병원에서는 3만원을 내고 검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A씨 체온을 측정하니 정상보다 조금 높은 미열로 확인되고 A씨가 잔기침을 계속 하자 간호사가 진료를 보겠느냐고 하더니 이후 검사비를 3만원이 아닌, 5000원으로 다시 안내했다. A씨는 “RAT 비용이 증상 유무에 따라 다른 줄 몰랐다”라며 “앞으로 검사받게 되면 증상이 없어도 있다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처음 A씨에게 RAT 비용을 3만원이라고 한 건 당초 A씨가 특별한 코로나19 의심 증상 없이 확인 차원에서 검사를 받으려 한다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무증상자는 병·의원에서 RAT를 받을 때 검사비를 내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이기 때문에 병원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27일 오후 대전 서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27일 오후 대전 서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유증상자이거나 의사가 코로나19가 의심된다고 판단하면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다. 이들에겐 국가가 전액 검사 비용을 지원한다. 환자가 내야하는 검사비는 0원이고, 진찰료로만 5000원을 내면 된다. 당초 정부는 올해 초 일상의료체계로의 전환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RAT 본인 부담금을 30% 수준에서 물리는 방향을 시사했지만 재유행 상황에 따라 한동안은 현행대로 부담금 없이 지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접촉자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비용 부담이 갈린다. 역학적 연관성이 큰 밀접 접촉자, 가령 가족 등 동거인은 우선 순위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어도 보건소에서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직장 등에서 확진자를 접촉한 경우 증상이 없다면 동네 병·의원에서 비용을 내고 검사받아야 한다. 여행·출장 등의 사유가 있어 RAT를 받을 때도 비급여로 돈을 내야 한다.

보건당국은 건강보험 원칙상 무증상자거나 단순 확인 차원으로 검사받을 때는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건강보험에서는 의학적인 필요성이 있을 경우 급여로 지원하는 게 원칙”이라며 “검진이나 미용 목적의 성형 수술이 건보 대상이 아닌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RAT 검사는 PCR과 달리, 증상이 없는 이들에게 했을 때 양성률이 확 떨어져 효용성이 낮다”라며“재정 측면에서도 부담이 크다”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27일 오후 대전 서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검사를 받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27일 오후 대전 서구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검사를 받고 있다. 김성태 기자

일각에서는 그러나 이런 정책이 결국 감염 우려가 있는 무증상자의 검사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각종 지원금이 축소된 상황에서 검사비가 부담스러워 검사를 하지 않는 이들이 늘면서 2,3차 전파를 야기해 전체 유행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검사를 확대 지원하되 무증상자에는 RAT의 민감도(감염된 환자를 양성으로 진단하는 비율)가 낮은 만큼 PCR 중심으로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혁민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RAT는 특성상 무증상자에는 민감도가 20~50%로 낮아 무증상자를 관리하는 목적에 맞지 않다”라며 “정부가 감염 규모를 줄이고자 한다면, 밀접 접촉자에는 최소한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아볼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10만명 폭증한 상황에서 정부가 3T(검사-추적-격리)를 사실상 손놓았다”라며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진단 검사를 적극 받고 조기 격리·치료할 수 있게 검사 체계를 다시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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