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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잠실도, 외국인 부진도 넘은 홈런 1위 LG 트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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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20홈런-20도루를 바라보는 LG 오지환. [사진 LG 트윈스]

데뷔 첫 20홈런-20도루를 바라보는 LG 오지환. [사진 LG 트윈스]

넓은 잠실도, 외국인 선수 부진도 상관 없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대포군단으로 변신했다. 40년 만에 첫 홈런 1위 등극도 보인다.

LG는 올해 88경기(26일 기준)에서 80번 담장을 넘겼다. 10개 구단 중 1위다.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좌우 100m, 중앙 125m)을 안방으로 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LG는 잠실에서 치른 50경기(두산전 원정 포함)에선 홈런 34개를 쳤으나, 나머지 구장에서 46개(경기당 1.21개)를 때려냈다.

80개의 홈런 중 외국인 타자가 친 건 1개다. 27경기만 뛰고 퇴출된 리오 루이즈가 4월 15일 한화전에서 기록한 게 유일하다. 대체 선수 로벨 가르시아는 이제 한 경기를 뛰었다. 나머지 79개는 국내 선수들이 합작했다.

홈런만 잘 치는 게 아니다. 정확도도 올라갔다. 지난해엔 팀 타율 0.250(8위)이었는데 0.270로 상승했다. 1위다. OPS(장타율+출류율)도 KIA 타이거즈(0.756)에 이은 2위(0.753)다. 찬스마다 터지지 않아 아쉬움을 삼켰던 지난해와는 달라졌다.

홈런 2위에 오른 LG 김현수. [뉴스1]

홈런 2위에 오른 LG 김현수. [뉴스1]

편중되지도 않았다. 홈런 2위 김현수(19개)를 비롯해 오지환(16개), 채은성(10개), 이재원(10개)까지 네 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인 유격수 오지환과 포수 유강남(4개)이 장타를 터트리는 게 크다. 붙박이 선수가 없는 2루에서도 홈런 6개가 나왔다. 안치홍이 10개를 친 롯데 다음으로 많다다.

LG는 전통적으로 소총부대 이미지가 강했다. 잠실구장의 특성 때문에 발 빠르고 정확도가 높은 타자들이 많았다. 한 해에 30홈런 이상을 친 선수도 2명 밖에 없었다. 1999년 이병규(30개), 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38개)다. 홈런왕을 한 번도 배출하지 못한 구단은 LG(MBC 청룡 시절 포함)가 유일하다. 팀 홈런 1위 역시 언감생심이었다.

단순히 구장 탓으로 돌릴 수도 없다. 잠실구장을 같이 쓰는 두산은 1995년 김상호, 2018년 김재환이 홈런 1위에 올랐다. 팀 홈런 1위도 두 차례(1995년, 2016년) 차지했다. 2009년엔 LG 홈 경기 한정 이동식 담장(엑스존)을 설치하기도 했으나 실패였다. 홈런은 소폭 늘었지만, 상대에게 더 많이 내줘 2년 만에 사라졌다.

그런 LG가 달라졌다. 장타력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지난 2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이 대표적이다. SSG는 타자친화적인 홈 구장을 살려 지난해 팀 홈런 1위에 올랐고, 올해도 2위(73개)다. 하지만 LG가 홈런 4개를 몰아쳐 SSG를 9-0으로 눌렀다.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LG는 2018년 팀홈런 8위(148개)였다. 반발력이 감소된 공인구를 쓰기 시작한 2019년엔 6위(94개)로 올라섰다. 2020년(149개)과 지난해(110개)엔 각각 3위, 4위를 기록했다. 그러더니 올해는 '홈런으로 이기는 팀'이 됐다. FA 김현수를 영입하고, 이재원과 문보경(5개)과 같은 거포 자원을 2군에서부터 신경 써 키운 게 주효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친 LG 이재원. [연합뉴스]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친 LG 이재원. [연합뉴스]

팀 전체 방향성도 바뀌었다. 차명석 LG 단장은 "지난 시즌 실패는 내 책임이 컸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출루율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는데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 것 같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적극적으로 쳐야 장타를 때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이 보였다"고 했다.

실제로 LG 선수들은 지난해 타석에서 소극적이었다. 초구를 쳐서 결과가 나온 횟수(타석)은 530회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 3볼-2스트라이크 풀카운트 타율(0.219)과 출루율(0.494)은 리그 평균(0.216, 0.494) 수준 이었다. 그러나 홈런은 7개로 가장 적고, 장타율(0.301)도 평균(0.317) 이하였다. 큰 스윙을 하는 대신 살아나가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호준 LG 타격코치. [사진 LG 트윈스]

이호준 LG 타격코치. [사진 LG 트윈스]

차 단장은 "시즌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 프런트 회의를 통해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류지현 감독과도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호준 타격코치를 영입한 것도 연장선상이었다. 차명석 단장은 "이 코치와 이야기를 하면서 '최근 10년 우승한 팀 중 똑딱이 팀은 없었다'는데 공감했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적극적인 타격을 할 수 있게 만들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LG 타자들의 초구 스윙비율은 25.0%였으나 올해는 26.8%로 늘어났다. 리그 평균(29.3%)에는 못 미치지만 개선됐다. 초구 홈런(21개)과 타율(0.380) 모두 1위다. 적극적으로 휘두르면서 상대 배터리와의 수싸움에서 이겼다. LG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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