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쓰자카 모시기 단독 협상 '권리금'만 480억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1998년, 요코하마고교 3학년이던 마쓰자카 다이스케(26.세이부 라이온스)는 일본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전국대회인 고시엔 봄 대회에서 완투승(2회전)-완봉승(3회전)-완봉승(8강)-완투승(4강)-완봉승(결승)을 거두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여름 대회에서 다시 완투승(1회전)-완봉승(2회전)-완봉승(3회전)-완투승(17이닝.8강)-세이브(1이닝.4강)-완봉승(노히트노런.결승)으로 또 팀을 우승시켰다. 예선까지 합하면 37경기에 나와 32승 무패의 기록을 세웠고, 그중 28번이 완투였다. 마쓰자카는 '괴물'이었고, 그와 같은 해(80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마쓰자카 세대'로 불렸다.

8년 후인 2006년, 마쓰자카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대의 화제 선수가 됐다.

MLB 사무국은 15일(한국시간) "포스팅 시스템(입찰제도)에서 최고액인 5110만 달러(약 481억원)를 써낸 보스턴 레드삭스가 마쓰자카에 대한 독점 교섭권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레드삭스는 30일 동안 마쓰자카를 영입하기 위해 단독 협상을 할 수 있게 됐다.

레드삭스가 그와 다년 계약을 할 경우 계약금과 연봉을 포함해 1억 달러 이상의 돈을 마쓰자카 영입에 쏟아붓게 된다. 계약이 성사되면 입찰금은 세이부 몫이 된다. 종전 최고 입찰금은 2000년 스즈키 이치로를 영입할 때 시애틀 매리너스가 써낸 1312만5000달러였다.

미국 언론들은 "레드삭스가 초특급 에이스를 확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요한 산타나(휴스턴 애스트로스), 브랜든 웹(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초특급 선수들은 장기계약에 묶여 있어 손을 댈 수 없고, 자유계약(FA) 선수인 배리 지토(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거물이긴 하지만 '특급'으로 대우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마쓰자카는 8년 동안 일본 무대에서 검증을 끝냈다. 통산 108승(60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했다. 완투 기록이 72차례나 된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0㎞ 이상이다. 무엇보다 26살이라는 나이가 매력적이다. 3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치로나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조지마 겐지(매리너스) 등 일본 출신 빅리거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 것도 거액 베팅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본에서 잘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잘한다'는 게 상식이 된 것이다.

강인식 기자

◆ 보스팅 시스템=최고 이적료를 써낸 구단에 우선협상권을 주는 공개 입찰 제도다. 1997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지바 롯데의 투수 이라부 히데키가 뉴욕 양키스 행을 고집해, 결국 뜻을 이뤘다. 이로 인해 '한 구단이 임의로 협상권을 가질 수 없다'는 공감대가 MLB에 형성됐고, 98년 일본과 포스팅 시스템 협정을 했다. 한국과는 2001년에 협정을 했으나 아직 혜택을 받은 선수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