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18일 하노이 APEC서 만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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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8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18~19일 현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별도로 만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 외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다.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 청와대 당국자는 15일 "북핵 문제가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공식 거부했기 때문에 새로운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별 기대를 걸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과 북핵에 대해 나눌 얘기가 많지 않아 백악관 관리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미 정상은 18일 오전 약 40분간 만날 계획인데 '6자회담 성공을 위해 긴밀히 공조한다'는 원론적인 얘기 외엔 별로 나눌 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6자회담의 진척을 위해 2400만 달러가 든 북한 계좌를 동결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여전히 한국이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고 PSI에 공식 참여하길 바라고 있지만 한국이 며칠 전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같은 요구를 다시 하기도 곤란한 처지"라고 덧붙였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라고 또다시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번 정상회담은 새로운 접점을 찾기 힘든 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소식통은 "최근 한.미 관계로 볼 때 북핵보다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일본.중국.러시아 등 6자회담의 다른 관련국들과 머리를 맞대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압박을 계속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서울=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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