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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선 다시 '사자' 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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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권오규 부총리(가운데)가 15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안정화 방안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군표 국세청장,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권 부총리, 김용덕 건교부 차관, 이규용 환경부 차관.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대책이 나오자 주택 수요자들이 헷갈리고 있다. 정부는 주택공급량을 대폭 늘리고 분양가를 낮춰 주택시장 안정을 꾀하겠다고 했지만 효과가 의문스럽다. 공급을 늘리는 지역이 달아오른 주택시장을 잠재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 수요자들은 지금 집을 사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리면 집값이 떨어질지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집을 갖고 있는 경우도 팔아야 할지, 계속 보유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 인기 지역엔 효과 작을 듯=정부가 신도시 개발, 도심 재개발 등으로 2010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할 계획인 물량은 164만 가구다. 내년부터 매년 평균 41만 가구가 분양되는 셈이다. 2000~2005년까지 매년 공급된 물량(평균 27만 가구)의 1.5배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공급 효과는 지역에 따라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권 등 인기지역을 대체할 만한 물량은 송파.광교신도시 등으로 많지 않다. 나머지 공공택지와 도심 민간택지 물량은 강남권 등보다 인근 지역 정도의 수요만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인기지역에 새로 들어가려는 수요를 일부 분산시킬 수는 있어도 현재의 만성적인 인기지역 초과 수요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급효과가 고가주택이 많은 인기지역보다는 중저가 주택이 많은 서울 강북, 수도권 외곽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중저가 주택시장에 당장 약발이 먹히는 것도 아니다. 개발계획 수립 등에 시간이 걸려 2008년 이후나 분양이 가능하다. 공급효과는 입주하는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집값 안정을 기대하고 매수를 미루기가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대책 직후여서 시장이 주춤하고 계절적으로도 비수기를 맞아 가격이 소폭이나마 조정될 것으로 보이는 올 연말과 내년 초에 내집 마련을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이넥스플래닝 길연진 소장은 "그동안 짧은 기간에 가격이 너무 올라 호가와 매수 희망가격의 격차가 큰 데다 이번 대책으로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집값이 다소 조정될 것"이라며 "겨울 이사철 수요가 몰리기 전에 구입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이 있는 경우는 대책의 약발이 세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집값 전망도 하락보다는 상승 쪽으로 기울고 있어 계속 보유하는 게 나을 것 같다.

◆ 무주택자는 값싼 신도시 노릴 만=새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청약통장 가입자 가운데 청약자격에서 유리한 무주택자들은 신도시를 노리는 게 값싸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다. 정부는 택지공급가격 인하 등으로 분양가를 20~30% 낮추기로 했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가족 수가 많으면 유리하다. 특히 청약저축액이 많은 청약저축 가입자는 당첨 확률이 높다.

반면 청약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청약통장 가입자는 신도시 당첨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청약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도 상한제 등으로 규제하지 않는 한 민간택지 분양가는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공공택지 분양가가 내려간다고 앞서 비싸게 분양된 주택 가격이 내려가긴 어렵다"며 "공공택지나 뉴타운 등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의 물량을 분양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집이 있으면서 새 주택으로 갈아타려거나 중대형을 원하는 수요도 신도시의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청약을 미루면 분양받기 어렵다. 중대형은 2008년 이후 청약제도가 바뀌더라도 현재처럼 추첨 위주로 당첨자를 가리는데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시장에서는 "글쎄요"=부동산 시장에서는 집값을 선도하는 지역에서의 공급대책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림산업 박정일 상무는 "정부가 공급부문에 주목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신도시에 집중된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공급대책 외에 별다른 알맹이가 없자 일부 지역에서는 잠시 멈칫했던 매수세가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나우공인 관계자는 "15일 하루만 4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대책을 앞두고 매수를 미뤘던 대기수요자들이 매수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결제원이 이날 서울 성수동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445가구에 대해 무주택자와 서울지역 1순위를 대상으로 청약신청을 접수한 결과 평균 60 대 1을 넘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35B평형 서울 1순위에는 9가구 모집에 1만298여 명이 청약신청을 접수시켜 1144 대 1로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2003년 5월 서울 4차 동시분양에 나왔던 도곡렉슬 아파트 43평형이 4795 대 1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안장원.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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