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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에너지 위기, 무역 적자…에너지 수요 효율화가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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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폭염과 함께 지구촌 곳곳이 전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는 최근 전력 수요가 최고치를 경신하자 블랙아웃에 대비해 가상화폐 채굴을 중단했다. 일본은 35%의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일 전력수급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원의 무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난을 겪는 등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로 힘겨워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면서도 소비효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며,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에너지 수입이 전년보다 무려 88% 증가하며 103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유달리 취약한 에너지 다소비 저효율 구조를 과감하게 혁신하기 위한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5일 정부는 탄탄한 기저 전원인 원자력발전의 활용도를 제고하고, 공급 중심 에너지 정책을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전환하는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확정했다. 에너지 효율화는 입지·계통·수용성 문제 등으로 공급설비 보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원천적으로 회피할 수 있으며, 에너지 수입을 줄여 무역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독일·일본 등 선진국이 에너지 효율화를 제1의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새 정부도 건물·산업·수송 3대 분야의 수요 효율화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먼저 이달 초부터 가정에서 전기 소비를 줄이면 현금을 되돌려 받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시행했다. 2주 만에 전국 아파트의 10%가 가입하는 등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또 에너지를 많이 쓰는 쇼핑몰·대학·데이터센터 등 대형 건물의 효율 혁신을 위해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뉴욕 등 선진 도시처럼 에너지 사용량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의 효율 혁신과 고효율 기기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또한 수요 효율화를 위해서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가격의 시그널 기능도 작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수요 효율화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과는 다르다. 에너지 사용을 정확히 진단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며, 그것이 새 정부가 지향하는 바다. 정부와 기업, 국민 등 에너지 소비 주체 모두가 관심과 끈기를 갖고 다소비 저효율 구조를 혁신해 ‘에너지 효율 선진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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