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폭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럽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곳곳에서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이 비교적 시원하다고 알려진 영국도 곳곳이 섭씨 30도 중후반을 오르내리며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유럽 언론에서는 올 7월이 1757년을 넘어설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1757년 7월은 유럽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으로 기록된 해다. 가장 심한 폭염을 겪은 곳은 프랑스 파리였다. 1757년 7월 파리의 평균 기온은 섭씨 25도.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다음은 역시 폭염으로 유명한 2006년 7월의 섭씨 24.8도다. 파리만큼은 아니었으나 역대급 더위로 비명을 지른 영국에서도 많은 이들이 당시 무더위에 대해 기록을 남겼다. 작가 호레이쇼 월풀은 “유리잔의 4분의 3이 뜨겁다”며 “향후 몇 년간 올해(1757년) 여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우리 역사에서 무더위와 관련해 인상적인 언급을 많이 남긴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난중일기』에서다. 1594년은 인내심으로 유명한 그도 참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더위가 쇠라도 녹일 것 같다”(7월 28일·양력) “바다의 섬도 찌는 듯하다(7월 31일)”고 토로했다.

지난 2월 한국기상학회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나온 기상자료를 분석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끌었다. 거의 매일 일기를 남긴 1593일 중 무려 1551일을 날씨에 대해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이제 해전사뿐 아니라 기후사에도 자취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