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로 요절한 가수 김현식 그 짧았던 예술과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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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쓸쓸한 거리에서 나 홀로 남았어/…/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인생을 몰랐던 나의 길고 긴 세월/갈 테면 가라지 그렇게 힘이 들면/가다가 지치면 또 일어나겠지.』
음악에 몸을 불사르다 1일 타계한 가수 김현식(38)의 유작『넋두리』는 만추의 흐린 하늘에 더욱 처절하게 들려온다.
70년대부터 블루스 풍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젊은이들의 때론 우울하고, 때론 열정적인 심성을 달래 주었던 그의 음악은 이제 음반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게 됐다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더 이상 소수 애호가들만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요계 전체로 확산시키는 장본인이기도 했던 그가 한창 깊은 음악을 걸쳐야할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것은 한국 대중음악의 손실임에 틀림없다.
「동방의 빛」「정성조와 메신저」「돌개바람」「봄 여름 가을 겨울」「신촌블루스」등 그가 관계한 음악그룹들은 소신 있게 예술성을 앞세운 대중음악을 만들어 내왔다.
술을 너무 즐겨 악화된 간경화증이 몰아닥친 올해 초부터 그가 주력해오던「콘서트에서의 만남」이 계속 펑크나자 팬들의 애착과 안타까움은 더해갔다.
듬직한 체구의 그가 병세에도 불구, 핼쑥해진 모습으로『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부르던 지난봄의 정열적인 모습은 아직 팬들의 기억에 진하게 남았다.
와병중인 여름동안 야심적인 5집 앨범『넋두리』를 남기고 간 김현식은 운명하기 열흘전인 지난달 21일「신촌 블루스」공연 에 찬조출연 의사를 밝히는 등 음악에 대한 투혼을 불태웠다.
충북 옥천생인 그는 부인 김경자씨(33)와 아들 완제군(9)을 남겼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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