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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 축소로 용산 '어공' 확 줄었다…사적채용 논란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사적 채용 논란의 중심에 선 대통령실 9급 행정 요원 우모씨는 ‘어공’이다. ‘어쩌다 공무원’의 준말인 어공은 말 그대로 우연한 기회에 나라의 봉록을 받게 됐다는 의미로, 공무원 시험 등의 정규 트랙을 거쳐 공무원이 된 ‘늘공’(늘 공무원)의 '대구(對句)'의 개념이다. 대개 선거 캠프에서 활약하다 그 공로나 유ㆍ무형의 실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근무하게 된 이들을 일컫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인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인 인사 논란에 대한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어공 우씨의 채용 절차를 놓고 윤석열 정부의 핵심 권력자들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간에 공개적인 파열음이 나왔다. “(우씨를 대통령실에) 넣어주라고 압력을 가했더니 자리 없다 하더니, 9급에 넣었더라”는 권 원내대표의 말에 주말 새 잠잠하던 장 의원이 18일 페이스북에 “말씀이 무척 거칠다. 어떤 압력도 받은 적 없다. 추천을 받았을 뿐”이라는 글로 받아쳤다.

 권 원내대표가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직원 채용 절차가 일부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사적 채용은 악의적 프레임”(핵심 관계자)이라고 선을 긋지만, 지인을 통한 채용 사례가 이어지면서 대통령실 직원 채용 과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대통령실의 진용은 대부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결정됐다. 실무진이나 중도 낙마자 등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새 정부 출범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의 핵심 업무가 인선이었던 이유로 인사 퍼즐은 그때 거의 완성됐다. 장제원 의원 스스로 “당시 인사책임자였다”고 밝혔듯이, 장ㆍ차관 인사뿐 아니라 대통령실 인선에서도 당선인 비서실장이던 장 의원이 정점에 있었다.

인수위 때의 인사 시스템은 추천과 검증 분리로 요약된다. 이 둘을 나눠 검증을 빡빡하게 해야 인사 사고가 안 난다는 취지에 따라, 사무실도 강북(추천팀)과 강남(검증팀)에 따로 뒀다. 추천팀은 장 의원을 비롯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 등이 핵심이었다. 이들이 인사혁신처의 인사 자료를 토대로 여러 루트로 추천을 받아 1차 스크린을 한 뒤 주진우 법률비서관이 국세청ㆍ검찰ㆍ경찰과 국민의힘 파견자 등을 버무려 이끌던 검증팀으로 자료를 넘기면, 이 검증을 통과한 이들을 상대로 윤 대통령이 낙점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었다. 장 의원이 “국민캠프 행정실, 당 사무처,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인수위 행정실 그리고 인사혁신처로 부터 다양한 추천을 받아 인선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썼듯이 ‘이 사람을 써달라’는 추천은 많았지만, 자리가 한정돼있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옥상옥 역할을 했던 대통령 비서실 축소를 수차례 약속했기 때문에 자리 자체도 줄었다. 이 때문에 비서관실마다 비상이 걸리다시피 했고, 그 직격탄은 주로 어공들이 맞았다.

캠프 초반부터 윤 대통령과 함께했던 실무진 중 다수가 막판까지 전전긍긍했고, 애초 안팎에서 고위공무원급으로 평가받던 이들도 자리를 겨우 잡는 경우가 생겼다.  이런 식의 인사 적체가 쌓이다 보니, 행정 요원급까지 누군가의 추천이나 인맥이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의 한 실무자는 “누구의 끈이 더 튼튼한가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누가 어떤 경로로 들어와 일하는지 알지 못하다 언론 보도를 보고 아는 경우가 잦다”며 “위기 상황이 벌어지면 이런 식의 인적 구성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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