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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경제안보 시대의 대응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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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은호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이은호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우리나라에서 수출 통제가 일반에 상세히 알려진 계기가 2019년 일본이 반도체산업 분야 전략물자의 한국 수출을 제한했을 때였다. 이후 최근의 공급망 위기,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과 대러시아 제재 등이 이슈화되면서 경제안보의 주요 정책 수단인 수출 통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수출 통제는 원래 전시에 적국에 대해 수행하는 경제전쟁의 일부였다. 냉전 시대 서방 국가들은 코콤(COCOM)이라는 협의체를 통해 전략물자의 대공산권 수출을 강력히 통제했다. 그러나 동구 공산 정권들이 붕괴한 이후 수출 통제 제도는 대량파괴 무기나 테러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수준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다 이런 상황은 2018년 미국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출통제와 투자심사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2020년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해 첨단 제품과 기술 수출을 금지하면서 바뀌었다. 이후 다른 선진국도 미국처럼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올해 대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면서 ‘신냉전 시대’란 말이 다시금 나오게 됐다.

현재 선진국들은 상품·기술의 수출입뿐만 아니라 금융거래·투자·서비스 제공·자산 사용 등을 모두 통제하고 있다. 또 제재 발동 사유에 국가안보 외에 인권탄압, 부패, 사이버 위협과 강제노동 등을 추가했다. 이런 변화는 탈냉전 시대에서 세계화의 혜택을 누려오던 기업들에 협력 업체 및 생산거점 선정, 원자재와 부품 소싱 측면에서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가장 최근의 변수는 몇몇 국가들이 독자 수출통제체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그런 사례다. 지난 5월 15일 미국 상무부 장관은 반도체 제조 장비 분야에서 새로운 체제를 유럽연합(EU)과 함께 만들겠다고 언급했고 이후 상무부 고위직들이 유사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최신 동향에 대한 정보를 홈페이지와 소식지 등을 통해 전파하고 있으며, 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는 전담 데스크 상담과 경제단체 공동설명회 등 대기업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에 오른 우리 기업들도 외국의 경쟁사들이 수출통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경제안보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를 참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노력을 강화하면 어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은호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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