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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중국 차기 외교 사령탑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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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중국의 차기 외교 사령탑은 누가 맡게 되나? 최근 중국 외교의 주요 라인에 대한 인선이 하나둘 이뤄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중국의 외교시스템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정책결정기구와 의사협조기구, 그리고 집행기구다. 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에서 가장 상위의 정책결정은 당 중앙에서 한다. 관건은 당 중앙의 뜻을 받들어 실제 외교 업무를 처리하는 의사협조기구와 집행기구의 수장 자리에 누가 오르냐 하는 점이다.

지난 2015년 3월 한중 외교차관보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류젠차오 당시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지난달 초 중국 공산당의 대외연락부장으로 임명됐다. [연합뉴스]

지난 2015년 3월 한중 외교차관보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한 류젠차오 당시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 지난달 초 중국 공산당의 대외연락부장으로 임명됐다. [연합뉴스]

의사협조기구 역할은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이 하며, 집행기구로는 외교부와 대외연락부가 있다. 즉 외사공작위 판공실 주임과 외교부장, 대외연락부장 등 세 명이 중국 외교를 사실상 이끌고 가는 삼두마차라고 할 수 있다. 한데 지난달 3일 중국 공산당의 당 대 당 외교를 전담하는 대외연락부의 수장 교체 인사가 있었다. 지난 2015년부터 대외연락부를 이끌어온 쑹타오(宋濤, 67)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올해 58세의 외교통 류젠차오(劉建超)가 오른 것이다.
류젠차오는 1986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와 2001년 37세의 나이로 최연소 대변인이 되는 등 중국 외교부에서 ‘최연소’ 타이틀을 적지 않게 갖고 있는 실력자다. 8년의 대변인 생활 이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대사 생활을 했고, 2013년부터 2년 가까이 외교부 부장조리로 한반도 업무에도 관여했다. 이후 사정기관인 중앙기율위원회의 국제협력국 국장을 거쳐 2018년부터는 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으로 양제츠(楊潔篪) 주임을 보좌해 차기 외교부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 내 평판이 좋았지만, 외교부장이 아닌 대외연락부장으로 낙점됐다.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가장 유력시되던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 14일 라디오와 방송을 담당하는 국가광전총국의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가장 유력시되던 러위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달 14일 라디오와 방송을 담당하는 국가광전총국의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와 함께 차기 외교부장으로 가장 유력시되던 러위청(樂玉成, 59) 외교부 부부장이 지난달 14일 라디오와 방송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광파전시총국의 부국장으로 발령이 났다. 러위청은 지난 2021년 영국주재 대사로 떠난 쩡저광(鄭澤光) 및 현재 외교부 부부장인 마자오쉬(馬朝旭) 등과 함께 60년대 출생 외교부의 삼검객(三劍客)으로 불릴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던 인물이다. 세 사람 모두 63년생인데 이중 러위청이 2017년의 19차 당 대회 때 유일하게 당 중앙후보위원에 오르며 앞서 나갔다.
러시아어 전공 출신이긴 하지만 외교부 내 ‘일상업무 담당’의 상무 부부장이었기에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는데 타 부처 발령에, 그것도 승진과는 거리가 먼 좌천 성격의 인사라는 이야기가 나오며 화제를 낳고 있다. 이처럼 유망주 두 명이 가시권에서 사라지면서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류제이(劉結一, 65)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다.

올해 65세의 류제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 최근 가장 강력한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올해 65세의 류제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 최근 가장 강력한 차기 외교부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류 주임은 베이징외국어대학 졸업 후 81년 제네바 유엔사무소 통역으로 시작해 외교부 부장조리와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거쳐 유엔대사를 역임했다. 왕이 역시 외교부장이 되기 직전 대만판공실 주임으로 근무해 류 주임의 발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류 주임은 또 왕이 부장과 같이 장인이 외교부 고위 관리 출신이기도 하다. 왕이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총애했던 비서 첸자둥(錢嘉東) 전 제네바 대사의 사위인데 류제이는 장수(章曙) 전 주일대사의 사위다. 류제이 주임의 부인이 한때 ‘중국 외교의 입’으로 불렸던 장치웨(章啓月)전 외교부 대변인이다.
60년대 삼검객 중 하나인 마자오쉬 부부장은 변론의 달인으로 깜짝 발탁의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8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대학변론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변론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언변이 뛰어나다. 런던정경학원에서 경제와 정치를 같이 공부한 것도 강점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외교부장을 역임한 올해 69세의 왕이 부장 거취가 주목된다. 두 번 외교부장을 역임해 3연임 할 수는 없으나 72세인 양제츠(楊潔篪)를 대신해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맡을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해 중국의 외교를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으로 승진해 중국의 외교를 계속 이끌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

왕이는 ‘상사가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외교관’이란 말을 듣는다. 상사의 어떤 지시에도 이를 수행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업무 스타일 때문이다. 반면 후배 외교관들로부터는 ‘같이 일하기 힘든 선배’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온다. 퇴근 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 1~2시에도 호출이 떨어지기 일쑤여서 그가 퇴근하기 전에 먼저 집에 간다는 건 웬만큼 간이 크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는 최근 싸움닭 외교 같다는 전랑(戰狼)외교라는 말을 듣는다. 중국 외교 지도부가 개편됨에 따라 시진핑 집권 3기의 외교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일게 될지 주목된다.

중국 외교 지도부에 불어 닥치는 변화의 바람 #당 외교 담당 대외연락부장에 류젠차오 임명 #차기 외교부장설 돌던 러위청 광전총국 발령 #류제이 대만판공실 주임이 외교부장 말 나와 #왕이는 중앙외사공작위판공실 주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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