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국읽기

샤오젠화 실종과 재판

중앙일보

입력 2022.07.1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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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기자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이달 초 외신이 주목한 중국 뉴스 하나가 있다. 중국 밍톈(明天)그룹 창업자 샤오젠화(肖建華)에 대한 재판이 ‘마침내’ 열리고 있다는 뉴스다. 지난 4일 주중 캐나다대사관 측은 AFP 통신에 “캐나다 시민 샤오젠화 사건 재판이 4일 열린다는 걸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디에서 재판을 받는지, 또 혐의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마침내’란 표현을 쓴 것은 그가 홍콩에서 실종된 지 5년 반 만의 일이기 때문이다. 샤오젠화 사건은 정치와 경제, 법치 등 중국의 온갖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5년전 홍콩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중국서 재판을 받는 게 확인된 샤오젠화 사건엔 중국의 권력투쟁이 작용 중이다. [연합뉴스]

5년전 홍콩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중국서 재판을 받는 게 확인된 샤오젠화 사건엔 중국의 권력투쟁이 작용 중이다. [연합뉴스]

1972년 중국 산둥(山東)성페이청(肥城)시난샤후이(南夏輝)촌에서 태어난 샤오젠화는 소년 천재로 불렸다. 14세 때 베이징대학 법률학과에 입학했다. 89년 6.4 천안문(天安門) 사태가 터졌을 때 같은 학번의 왕단(王丹)은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지만, 샤오는관방의 베이징대학 학생회 주석으로 정반대 입장을 지켰다. 90년 대학 졸업 후 잠시 학교에 남아 일했던 샤오는 93년 베이다밍톈(北大明天)자원과학기술유한공사를 설립하며 밍톈그룹 출범의 씨앗을 뿌린다.
99년 밍톈지주회사를 세운 샤오는 부인 저우훙원(周虹文)을 법정 대표인으로 세운 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을 롤 모델로 삼아 중국의 금융기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수십 개 상장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로 은행과 증권, 보험, 신탁, 채권, 펀드 등에 걸쳐 완벽한 금융산업 사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이어 석탄과 시멘트, 부동산, 희토류 광산 등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혔다. 개인 재산 60억 달러(약 7조 8372억원)에밍톈그룹의 자산은 3조 위안(약 581조 6400억원)에까지 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승승장구 배경으론 막연히 중국 고위층과의 끈끈한 인맥이 작용했을 것이란 소문만 돌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중국 신화사=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가을 20차 당 대회에서 3연임에 도전한다. [중국 신화사=뉴시스]

그런 그가 세계적인 화제의 초점이 된 건 2017년 1월 27일 홍콩에서 갑자기 실종되면서다. 그는 당시 장기 체류 중이던 홍콩의 포시즌 호텔에서 건장한 6명의 남성에 의해 휠체어를 타고 눈이 가려진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가족은 실종 신고를 냈다가 하루 만에 그와의 연락이 재개됐다며 신고를 철회했다. 홍콩 경찰은 CCTV 조사 결과 그가 협박에 의해 호텔을 벗어난 게 아니란 입장만 발표한 뒤 침묵했다. 홍콩 민심은 들끓었다. 이에 앞서 홍콩의 한 서점 주인 등 5명이 중국으로 납치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가 결국 2019년 홍콩에서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에 반대하는 송환법 반대 시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대중의 눈에서 사라졌던 샤오가 5년 반 만에 중국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이달 초 확인됐다. 샤오는 신변의 불안을 느껴 여성으로만 구성된 경호팀을 꾸리기도 했고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는가 하면 납치되기 몇 주 전에는 카리브해의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외교여권도 획득했다. 그러나 결국 납치되는 운명만큼은 피하지 못했다. 샤오 사건이 현재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건 한 사업가의 운명에 대한 세간의 관심 탓만은 아니다. 바로 그를 둘러싸고 중국의 권력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도 금융재벌 샤오젠화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바이두 캡처]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도 금융재벌 샤오젠화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중국 바이두 캡처]

샤오가 납치된 건 2017년으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서였고 그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는 것 역시 20차 당 대회가 개최되기 직전의 일이다. 미 뉴욕타임스(NYT)와 여러 화인(華人) 매체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샤오 사건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세력과 시진핑 반대 세력 간의 권력 다툼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이와 관련 현재 서로 엇갈리는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먼저 많이 거론되는 건 시진핑 세력이 반대파를 누르기 위해 샤오를 잡았다는 거다.
이 같은 주장을 펴는 이들은 샤오가 중국의 금융재벌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상무위원,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무려 7명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주석, 장더장(張德江)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리란칭(李嵐淸) 전 부총리, 류윈산(劉云山) 전 선전부장, 장가오리(張高麗) 전 부총리 등을 거론한다. 모두 어마어마한 이름들이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면면을 보면 모두 장쩌민-쩡칭훙 인맥임을 알 수 있다.

쩡칭훙 전 중국 국가부주석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에 미묘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쩡칭훙 전 중국 국가부주석과 시진핑 국가주석 사이에 미묘한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즉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장쩌민-쩡칭훙 원로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들과 금융 거래가 긴밀한 샤오를 체포했다는 주장이다. 샤오를 통해 원로들의 약점을 장악한 뒤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반대 해석도 나온다. 샤오와의 사업 거래에선 시진핑 주석의 가족도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시진핑 주석의 누나 치챠오챠오(齊橋橋)와 매형 덩자구이(鄧家貴)의 이름을 들먹이는 곳이 있다. 시 주석 세력이 선제적으로 샤오젠화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미래에 닥칠 수도 있는 우환을 털어내려 한다는 설명이다.
죽의 장막 속에서 펼쳐지는 권력 투쟁의 전모를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샤오 재판이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그리고 그것도 당 대회 때의 인사와 관련해 중국의 각 정치 세력 간 물밑 조율이 이뤄지는 여름철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 직전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정작 중국 사회는 조용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전혀 보도를 하지 않으니 중국 인민이 알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재판 결과와 관련해선 ‘타협’의 여지가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중국 밍톈그룹 창업자 샤오젠화는 5년전 홍콩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중국에서 재판을 받는 게 확인됐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밍톈그룹 창업자 샤오젠화는 5년전 홍콩에서 실종됐다가 최근 중국에서 재판을 받는 게 확인됐다. [중국 웨이보 캡처]

샤오의 혐의가 정식으로 공표되진 않았지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불법 자금 조성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 중형을 선고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샤오의 형 샤오신화(肖新華) 또한 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사법체계에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는 시 주석 세력과 그 반대 세력 간에 서로 타협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말해준다. 시 주석이 샤오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대신 장-쩡 파벌 또한 시 주석의 계속적인 집권을 견제하는 행동에 나서지 않기로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관측은 관측일 따름이다. 중국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2017년 초 홍콩서 실종된 중국계 캐나다 금융재벌 샤오젠화 #5년 반 만인 이달 초 중국에서 재판 받고 있는 게 확인돼 #배경엔 시진핑 세력과 장쩌민-쩡칭훙 파벌 간 권력 투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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