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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가스라이팅’이 뭐예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최근 중학생 폭력 조직이 적발돼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인근 도시로 가 원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후배들을 세뇌시켜 심리적 지배를 해 왔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전하는 글에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른바 ‘계곡 살인’이라 일컬어지는 사건에서도 ‘가스라이팅 살인’이란 말이 나왔다. 이처럼 요즘 범죄 행위와 관련해 ‘가스라이팅’이라는 낱말이 자주 등장한다.

가스라이팅이 무슨 담뱃불을 붙이는 가스라이터와 관련된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전에는 거의 들은 적이 없는 용어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가스등 효과(gaslighting effect)’라고도 하는데, 상대방의 자주성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언행을 말한다. 즉 스스로의 판단력을 의심하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1938년 패트릭 해밀턴이 연출한 연극 ‘가스등(Gaslight)’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가스라이팅’은 대부분의 사람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다. 이것이 특히 범죄적 행위로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라면 더욱 쉬운 말로 바꾸어 사용해야 한다. 중학생 폭력 조직의 예에서 보듯 어린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수법을 알리기 위해선 쉬운 용어로 설명하는 것이 한결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국립국어원은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나타내는 이 ‘가스라이팅’의 순화어(다듬은 말)로 ‘심리(적)지배’를 선정했다. ‘심리지배’나 ‘심리적 지배’라고 한다면 대부분이 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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