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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잡는 생활법률 TV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우리 주변의 법과 관련되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상식적인 선에서 풀어보는 생활법률 TV프로그램들이 새로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양 방송국 가을 개편과 함께 등장한 이들 프로는 MBC-TV의『사람과 사람』(매주 토요일 오후9시30분)과 KBS1TV의『여의도 법정』(매주 일요일 오전9시10분).
자신의 얘기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기보다 걸핏하면 서로 우기느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기 십상인 우리의 현 풍토를 감안, 문제의 결론보다는 되도록 공평한「논리의 시소게임」을 펼쳐 시청자들이 판단하게끔 한다는게 공통점이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 이후 생활 속의 작은 다툼을 드라마형식으로 엮어나가 주목을 받고 있는 생활법률 드라마『사람과 사람』은 기획의도가 잘 알 것 같으면서도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일상에서의 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있다.
예컨대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만든「깡통계좌」편(20일)이 그렇고, 무고한 시민이 소매치기로 몰렸을 경우에 초점을 맞춘「손수건과 돈지갑」편(27일). 역시 일반인들이 어떻게 법의 적용을 받게될지 관심을 모을 수 있는 테마였다.
이 프로는 실제 판례를 기준으로 하되 흥미와 교훈을 주기 위한 드라마의 허구성이 가미되며 출연자들의 법률지식을 돕기 위해 김성남 변호사협회 공보이사 등 자문 변호사 3명이 지원에 나섰다.
반면 인물이나 성격위주의 기존 드라마에서 벗어나 사건위주로 하다보니 내용 전개에 어려움이 따른다.
『있었던 사건을 그대로 다루면 인권침해시비가 있게 마련이죠. 또 주인공이 변호사다 보니 변호사가 의뢰 받은 쪽(대체로 피고)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요….』
논리로 풀어가는 드라마인지라 재미없고 딱딱해질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시청률에 대한 기대보다 소수라도 이해하는 그런 프로가 되길 바란다는 공동 연출자의 한 사람 정인PD(36)의 말이다.
그러나 논리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시각과 형식으로 만들어진 탓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높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러져 이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박규채·정애리 등이 고정출연자로 나온다.
4일 첫선을 보이는『여의도 법정』도 전체적인 방향은 비슷하다.
법정형식을 빌려 누구나 한번쯤은 겪은 크고 작은 사회고발성문제를 논리적으로 끌어가며 결과보다 논리전개에 비중을 둔다는게 제작자들의 기본입장이다.
진행방식은『사람과 사람』과는 다소 차이를 보여 생방송에 시민들의 참여를 크게 늘린 점이 특이하다.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시민검사와 시민 변호사 등의 토론 형식으로 문제를 풀어간 뒤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협조로 배심원 역할인 시청자 1백여 명의 의견을 전화를 통해 정리하고 시민배심원장의 분석을 곁들여 흥미를 돋운다.
진행자 신기남 변호사와 시민 배심원장역인 연세대 김동길 교수가 고정출연자로 나온다. 이 프로의 첫 번째 주제는「의사들의 윤리문제」로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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