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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갈등 묘수 못찾아 혼미/서울­마산의 각 계파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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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당 막자”… YS 다독거리기 민정계/“당권 넘겨준다면 복귀 검토” 민주계/공화계선 정면반발… 민주 소장파 「홀로서기」 고집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내각제개헌 포기선언과 마산행으로 민자당이 분당위기로 치닫자 각 계파는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민정ㆍ공화계는 일단 분당은 막아야 한다는 수습원칙에는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구체적 수습방안을 놓고는 이해가 달라 방향을 정하지 못한 채 고심만 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내각제 포기와 함께 당권을 요구해놓고 있어 내각제 추진은 물론 당권문제에 가서는 더욱 이해가 상충돼 좀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대표는 2일 김종필 최고위원의 전화통화도 거절,김윤환 총무가 직접 마산에 내려감으로써 김 대표­김 총무의 마산회동이 한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나 계파간의 이해차가 워낙 커 해결전망은 쉽지 않다.
○…민정ㆍ공화계의 사태 수습방안은 대체로 4가닥. 청와대와 김윤환 총무 등 노 대통령의 측근들은 김 대표의 당권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자는 쪽인 데 반해 일반 민정계 의원들은 결별론과 신중론이 엇갈려 있고 김종필 최고위원의 공화계는 내각제 포기와 당권요구를 내세운 김 대표에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쪽이나 김윤환 총무 쪽은 이번 사태가 잘못 해결될 경우 노 대통령에게 결정적 타격이 간다는 우려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김 대표가 최창윤 정무수석이나 김 총무를 직접 만났을 때 「공작정치」를 비난하며 노 대통령의 정치적 비도덕성을 강력하게 물고늘어졌고 노재봉 비서실장과 상도동 핵심들간의 접촉에서도 김 대표는 만약 당을 깨고 나갈 경우에 노 대통령의 얼굴에 흠집을 내겠다는 각오를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노 대통령이 그와 제휴한 사람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뒤 버린다」는 비난을 또 받을 경우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고 보며 이 때문에 3자 합의각서의 유출경위를 새삼 조사해서 김 대표를 어루만지는 자료로 쓰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요구대로 △당총재직 △공천권 51% △당기강 확립요구를 들어주면 사실상 대권을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어 민정ㆍ공화계의 의원들은 청와대의 발상에 회의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권을 주되 당대표의 위상을 확고히해두고 다음 대권은 경선한다는 선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청와대측 생각이지,김 대표가 수용할 것인지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김 대표의 행동을 대권욕으로 규정하는 강경론자들은 이 기회에 민주계와 결별하든가,김 대표를 당권에서 물러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중 특히 세대교체와 당 개혁을 주장해온 중진ㆍ소장그룹들은 만약 청와대의 타협적 대책이 나올 경우에는 제동을 걸고 당의 현체제에 대한 개선 등을 요구하고 다음단계의 행동을 모색할 태세다.
서로의 시각차는 있지만 심명보ㆍ이한동ㆍ이치호ㆍ김중위 의원과 이종찬ㆍ이자헌 의원 등이 이런 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시기를 타고 월계수회와 박철언 의원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사태를 망치는 것이라고 눈살.
김 대표의 내각제 반대와 당권요구에 가장 완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공화계.
1일 오후 여의도 민자당사 김종필 최고위원 방에서 김 최고위원ㆍ박태준 최고위원과 김윤환 총무 등이 모여 대책을 숙의하는 자리에서 김종필 최고위원의 노기 띤 고성이 밖으로 새어나왔다.
이 자리에서 김 총무는 내각제에 대한 새로운 절충가능성에 대해 김 최고위원의 의사를 타진했으나 김 최고위원은 『노태우 대통령과 세 최고위원 등 4인이 회동한 가운데서만도 세 차례나 거듭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며 『일단 추진은 해봐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공화계 의원들의 모임 자제와 입조심을 강조해온 김 최고위원이 이날 이처럼 노기를 띤 것은 내각제개헌 포기 못지 않게 당권을 장악하려는 김 대표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기 때문.
○…민주계는 일단 당무를 모두 거부한 채 중진ㆍ소장별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데 대체로 김 대표의 거취결정을 주시하는 입장.
당무거부 5일째,마산 체류 3일째를 맞은 김영삼 대표는 2일 낮 당초 예정됐던 산행을 취소하고 이순신 장군 승전유적지가 있는 고성군 당항포를 둘러본 뒤 숙소인 마산시 크리스탈호텔로 돌아와 외부인사와의 접견도 일절 사절한 채 칩거하면서 모종의 대책을 구상중.
1일 저녁에는 김진재 당총재비서실장이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마산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떠돌았으나 김 실장은 부산으로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대표 주변에서는 『적어도 김윤환 총무가 내려오지 않는다면 별 기대할 것도,만날 이유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
1일 오후 6시쯤 서울에서 민주계 의원 전체모임에 참석했던 강삼재ㆍ백찬기ㆍ최기선ㆍ김운환 의원 등이 내려와 김 대표를 만나 청와대 및 민정ㆍ공화계의 분위기와 민주계 모임의 결과 등을 보고.
강 의원은 『내각책임제를 하더라도 초대 총리가 될 리도 없고 대통령제를 하더라도 대권후보도 안될 것이 분명한 현실』이라며 『이럴 바에는 김 대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분당해야 한다』고 소장파의 입장을 대변.
강ㆍ최 의원 등은 『김 대표가 이번에 또다시 당무에 복귀한다면 내년초 내각제문제가 제기될 때 또한번의 당무거부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며 『김 대표가 돌아가더라도 10여 명은 민자당을 떠날 것』이라고 해 주목.
이들 의원들은 『탈당을 염두에 둔 민주계 의원들과 평민당의 통합파 의원,민주당 의원 4∼5명이 합칠 경우 더 많은 의원들이 따라올 것』이라며 신통합론까지 제시했는데 『김 대표와의 의리 때문에 처신이 어렵다』고 푸념.
그러나 이들 의원들은 『당권 내지 공천권을 김 대표에게 넘겨줄 경우 복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번 사태가 내각제개헌 포기요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당권요구까지 확대돼 있음을 인정했다.<박병석ㆍ김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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