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개헌안되면 김대표 도와줄수 없다”/합당이후의 내각제발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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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YS “내각제 매력있지만 야서 완강히 거부”/노 “논의 유보는 추진시기의 선택 문제다”
민자당을 분당위기로까지 치닫게 했던 내각제 합의문 공개 파문은 비밀에 부치기로 한 합의문이 공개됐다는 충격에서 비롯됐다기 보다는 내각제에 대한 당 지도자들의 불명확한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진실에 가깝다.
3당 합당때 내각제 합의를 해놓고도 노태우 대통령은 『내각제는 소신이나 시기상조』라고 했다가 「연내 유보론」으로 입장을 바꿨고 김영삼 대표는 합당 직후 『논의할 수 있다』에서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불가』를 거쳐 「개헌반대론」으로 급선회했다.
다음은 합당이후 내각제 개헌에 대한 당지도자들의 주요 발언내용을 추린 일지.
▲1월22일(3당합당선언)=3당 총재는 나라의 발전을 이룩하는데 가장 적합한 정치체제와 정치문화를 창출한다.
▲1월31일(김영삼 총재 고별기자회견)=3당이 통합된 후에는 권력구조를 포함한 어떤 문제든 논의할 용의가 있다.
▲2월12일(김대표 관훈클럽 신춘토론회)=대통령중심제를 실시한지 2년밖에 되지않아 개헌을 거론할 시기가 아니나 앞으로 개헌논의가 이뤄지면 반대하지 않겠다.
▲2월24일(노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평소 소신은 6ㆍ29선언때부터 내각책임제였으나 아직 국민의 뜻을 파악하기는 시기상조.
▲5월6일(내각제 합의문 서명)=1년 이내에 내각제로 개헌하며 금년중 개헌작업에 착수한다고 합의.
▲5월11일(김대표 취임 첫 기자회견)=총체적 난국타개를 위해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 만큼 내각제 개헌논의는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
▲5월14일(노대통령 일본특파원 회견)=여건이 되면 내각제로 개헌을 할 수 있고 국민도 지지해 줄 것.
▲5월29일(중앙일보 내각제 합의문 보도)=3최고위원이 서명한 내용.
▲5월30일(김대표)=중앙일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6월19일(김대표 KBS인터뷰)=당내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사견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국민과 야당을 무시한 일방적인 내각제개헌은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
▲6월28일(노대통령 출입기자 간담회)=5ㆍ7 특별담화를 통해 약속한 연내 정치ㆍ경제ㆍ사회안정 이룩을 위해 금년안에는 개헌을 거론하는 것이 바람직스럽지 않다.
▲6월29일(김대표 논평)=노대통령이 일방적 강행을 않겠다고 한 것은 내각제 개헌추진을 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7월5일(박총장 국정방향 대토론회)=3당 합당시 정치발전을 위해 내각제를 고려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당 강령도 개정한 만큼 개헌은 당초 약속대로 추진할 것.
▲7월21일(김대표 부산기자회견)=합의각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
노대통령도 나와 만나 국민이 반대하는 내각제가 있을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김종필ㆍ박태준 최고위원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얘기했다.
▲7월23일(박태준 최고위원)=세분 지도자 사이에 내각제 합의각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다.
▲7월24일(노대통령ㆍ3최고위원 청남내회동)=김종필 최고위원은 『내각제 개헌을 관철할 의지가 있는가』라고 노대통령에게 따져 묻고 『당 강령으로 채택해 놓은 내각제를 공식 당론화해 국민에게 밝힌적도 없고 노력도 해보지 않은채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면」이란 전제조건을 달아 합의 자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것은 책임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이 자리에서 3인 최고위원간에는 「약속불이행이다(김ㆍ박최고)」「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김대표)」는 양론이 맞서 심한 격론)
노대통령은 『6ㆍ29선언 당시에도 내 소신은 내각제였으나 국민이 원치않아 직선제를 했던 것이다. 내각제 개헌추진은 이미 합의된 사항이 아니냐.』
▲10월18일(노대통령ㆍ김대표 청와대회동)=노대통령은 『개헌을 위해 함께 최선을 다했다면 대통령으로서 김대표를 지원해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나로서도 어쩔수 없다. 내각제 개헌이 끝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민주적 원칙에 입각해 경선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김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된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
▲10월12일(노대통령ㆍ3최고위원 회동)=김종필 최고위원은 『내각제에 대한 여론이 좋지않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당이 내각제를 정식으로 공론화시켜 지지율을 높여보려는 노력은 해보지도 않고 물러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0월20일(김대표 부산회견)=나도 내각제에 매력을 느끼며 이는 당내에 이론이 없다. 그러나 김대중 총재를 만나보니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더라.
▲10월24일(노ㆍ3최고위원 회동)=(김대표를 공격한 김종위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 박최고위원은 『이같은 소란도 면밀히 따져보면 합당 당시에 합의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내각제 개헌논의를 연말까지 유보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황에서 내각제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러나 김대표가 한가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각제 논의를 유보한다는 것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추진시기의 선택문제다. 내각제 개헌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가 확인된 사항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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